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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전기차 시대, 밋밋해지는 車 작명법

입력 2022-05-06 03:00업데이트 2022-05-0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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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현대차를 대표하는 이들 3종 세단과 얽힌 추억 한 자락 없는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예컨대 취업 후 첫 차로 아반떼를 선택했다거나 어린 시절 가족용 차가 쏘나타였다거나 하는 기억들. 많은 한국인에게 꽤나 ‘평균적’인 일이다. 차를 보는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쏘나타는 젊은 디자인으로 바뀌고 그랜저가 대중화되는 변화는 있다. 그래도 이들처럼 존재감이 큰 모델명은 여전히 하나의 상징이고 브랜드다.

차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전기차는 이제 이런 차 이름까지 바꿔놓으려는 기세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에서 ‘아이오닉’에 숫자를 붙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세단은 짝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홀수를 쓰고 차급이 높아지면 숫자도 커지는 작명법이 ‘아이오닉5’부터 적용됐다. 기아도 전용 전기차 모델들에 ‘EV’와 숫자를 결합한 모델명을 적용해 ‘EV6’를 내놓았다. 알파벳과 숫자를 결합하는 ‘알파뉴메릭(Alphanumeric)’ 작명법이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레 개별 차종보다 브랜드에 무게를 실어준다. 쏘나타와 아이오닉5가 똑같이 ‘베스트셀링 카’로 등극하더라도 차량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알파뉴메릭이 브랜드에 방점을 찍는 작명법이라는 것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애용해 왔다는 점으로도 잘 알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와 E클래스로, BMW는 3시리즈와 5시리즈로 대표된다. 이들은 각자의 브랜드 정체성 안에서 차급에 따라 알파벳이나 숫자만으로 차 이름을 달리해 왔다. 현대차와 도요타도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렉서스에서는 일찌감치 알파뉴메릭 작명법을 채택했다.

작명은 사실 난해한 작업이다. 쏘나타를 ‘소나 타는 차’라고 놀렸다는 일이야 소비자들의 애정 어린 장난으로 치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차를 해외에서 팔려고 보니 현지어 어감이 좋지 않아 이름을 바꿔 출시해야 했다는 얘기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차에 새 이름 붙이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임을 알 수 있다. 이런 고민을 덜고 통일된 작명으로 일종의 ‘서브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은 알파뉴메릭 작명의 큰 장점이다.

새 작명법이 기존 차량의 이름들까지 바꿔놓을까. 차 업계에서는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미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차종까지 이름을 바꿀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신차 대부분이 전기차인 상황은 자연스레 ‘밋밋한 이름’의 국산차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 싼타페, 팰리세이드 같은 SUV 모델명을 해외 유명 휴양지에서 따왔다. 작명법을 활용해 SUV를 휴식·여가와 자연스레 연결짓는 전략이었다. 코나 첫 출시 행사에서는 당시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임직원들이 하와이안 패션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나름의 뜻을 담은 작명이 점차 사라진다면 앞으로 이런 전략을 보기는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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