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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케이팝 프로듀서가 만든 ‘뽕짝’[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입력 2022-04-20 03:00업데이트 2022-04-2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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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50 ‘모든 것이 꿈이었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뽕’이란 짧은 낱말 하나엔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가 가득하다.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이기도 하고, 트로트를 폄하할 때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뽕끼가 있다’는 말도 대부분 부정적인 경우에 많이 쓰인다. 작사가이자 JNH뮤직 대표인 이주엽은 2년 전 한 일간지에 “성인 가요의 미학적 파산”이란 제목의 칼럼을 쓰며 뽕짝(트로트)이 가진 음악적 퇴행을 지적했다. 이 대표의 글이 아니더라도 트로트에 대한 음악적 인식은 대체로 좋지 않다. 아무리 대중과 호흡한다고 포장해도 가사의 수준은 대체적으로 낮으며 반주는 천편일률적이다. 그래서 트로트는 거의 ‘리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앨범이 하나 있다. 바로 프로듀서 250이 만든 앨범 ‘뽕’이다. 그 어떤 수식 없이 직관적으로 ‘뽕’을 전면에 내걸었다. 앨범 제목도 흥미롭지만 배경을 알면 더 흥미롭다. 이호형이란 본명을 변형해 자신의 활동명을 만든 250은 뽕과는 가장 대척점에 선 음악을 하는 프로듀서였다. 래퍼 이센스의 비트를 만들고, 보아, NCT 127, 있지(ITZY) 같은 케이팝 음악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왔다.

그렇게 가장 트렌드의 첨단에 서 있던 프로듀서가 갑작스레 뽕에 빠져들었다. 앨범을 만들기 전 뽕짝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그 여정을 담아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외국 것과 첨단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서 뽕이란 이름으로 더 다양한 걸 해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앨범을 제작하는 데 7년이나 걸린 것에서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뽕짝은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음악이지만 다르게 들리길 원했다. 예스러우면서도 새로운 뽕짝으로 들리길 원했고, 슬픈 음악이지만 거기에 흥겨움이 있길 바랐다. 이를 위해 명인들을 앨범에 참여시켰다. 전설처럼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기타리스트 이중산과 트로트 전자오르간의 대가 나운도를 설득했고, 한 시대를 풍미한 작사가 양인자에게 가사를 받았다. 그 가사는 ‘아기 공룡 둘리’ 주제가를 부른 오승원의 목소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은 ‘로얄 블루’에서 카바레나 살롱 느낌 물씬 풍기는 연주를 해주었다.

그 명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신바람 이박사’의 건반 연주자이자 프로듀서라 할 수 있는 김수일이다. 그는 늘 이박사와 호흡을 맞춰 함께 음악을 만들어 왔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이박사에게만 향했다. 같은 프로듀서로서의 동질감이었을까. 김수일의 음악에 존중을 표하고 싶었던 250은 ‘뽕’의 첫 곡을 김수일이 노래한 ‘모든 것이 꿈이었네’로 배치했다. 꿈인지 환상인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운드를 배경으로 노곤한 김수일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가 가수가 아니니까”라며 겸손해하는 이 대가의 노래가 있음으로써 ‘뽕’은 새로운 미학을 가진 뽕짝이 되었다. 좋은 음악은 이렇게 시간을, 세대를, 장르를 뛰어넘는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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