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앨범이 하나 있다. 바로 프로듀서 250이 만든 앨범 ‘뽕’이다. 그 어떤 수식 없이 직관적으로 ‘뽕’을 전면에 내걸었다. 앨범 제목도 흥미롭지만 배경을 알면 더 흥미롭다. 이호형이란 본명을 변형해 자신의 활동명을 만든 250은 뽕과는 가장 대척점에 선 음악을 하는 프로듀서였다. 래퍼 이센스의 비트를 만들고, 보아, NCT 127, 있지(ITZY) 같은 케이팝 음악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왔다.
그렇게 가장 트렌드의 첨단에 서 있던 프로듀서가 갑작스레 뽕에 빠져들었다. 앨범을 만들기 전 뽕짝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그 여정을 담아 ‘뽕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외국 것과 첨단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서 뽕이란 이름으로 더 다양한 걸 해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앨범을 제작하는 데 7년이나 걸린 것에서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명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신바람 이박사’의 건반 연주자이자 프로듀서라 할 수 있는 김수일이다. 그는 늘 이박사와 호흡을 맞춰 함께 음악을 만들어 왔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이박사에게만 향했다. 같은 프로듀서로서의 동질감이었을까. 김수일의 음악에 존중을 표하고 싶었던 250은 ‘뽕’의 첫 곡을 김수일이 노래한 ‘모든 것이 꿈이었네’로 배치했다. 꿈인지 환상인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사운드를 배경으로 노곤한 김수일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가 가수가 아니니까”라며 겸손해하는 이 대가의 노래가 있음으로써 ‘뽕’은 새로운 미학을 가진 뽕짝이 되었다. 좋은 음악은 이렇게 시간을, 세대를, 장르를 뛰어넘는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