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집값 반영 안 되는 물가…한국은 15년째 “협의 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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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박희창 경제부 기자
물가조사기관인 통계청은 5년에 한 번씩 물가조사 품목과 가중치를 바꾼다. 22일 통계청은 달라진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한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결과를 내놨다. ‘노타이’ 확산에 55년 만에 넥타이가 빠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가 새로 포함됐다. 하지만 자가주거비는 이번에도 물가지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가주거비는 본인 집에 살면서 얻는 주거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말한다. 올 10월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우리도 미국과 같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10월 국정감사에서 “여러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떻든 자가주거비를 빼놓고 보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감한다”고 했다.

지난해 자가 비중은 57.9%다. 자가주거비를 제외한 채 전월세만 반영해 소비자물가를 측정하면 체감 물가와의 괴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소비자물가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9%로 미국(32%), 일본(18%)을 크게 밑돈다.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6%를 넘는 반면 한국은 그 절반인 3%대인 것은 자가주거비와 중고차 항목 등이 제외됐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추정했다.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주요국 중 관리 대상 물가지표에 자가주거비를 포함하지 않고 있는 곳은 한국과 영국, 유로 지역뿐이다. 유럽중앙은행(ECB)마저도 2026년부터는 유로 지역 소비자물가지수(HICP)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할 예정이다.

통계청은 한은의 거듭된 문제 제기에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물론 자가주거비를 목표물가지수에 포함시키면 집값 변동에 따라 지수가 요동을 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더 힘들어진다. 또 자가주거비 측정이 쉽지 않고, 기초 자료 확보에도 시차가 있어 즉시 반영이 어렵다. 하지만 이는 한은이 “자가주거비 포함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2006년부터 제기됐던 문제들이다.

측정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자가를 임대할 때 얻는 임대료 수익으로 자가주거비를 측정한다. 스웨덴과 캐나다는 차입자금 이자 비용, 세금 등을 합산해 추정한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은 거의 3년에 걸쳐 준비하는데 개편 막바지에 논란이 제기돼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달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2.3%로 전망한 뒤 일주일 만에 “전망치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별도 자료를 내놨다. 한은은 “통계청이 오늘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나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전에 통계청과 논의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알려 달라고 해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가주거비 포함 논의가 1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공론화를 거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되고 있는 건 협업과 거리가 먼 두 기관의 소통 부재가 한몫을 하고 있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소비자물가지수#물가#집값 미반영#15년째 협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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