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직장’이 늘어나는 이유[Monday DBR]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입력 2021-04-12 03:00수정 2021-04-12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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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마늘즙 등 건강 기능 식품 매출이 300% 가까이 올랐다. 각종 헬스용품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더 팔렸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라는 지긋지긋한 전염병에 시달리면서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 듯하다. 나아가 건강한 삶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개인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 됐다.

그런데 건강한 조직의 중요성과 직장인 건강을 위한 기업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인식만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최근 직장인 24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55.4%가 ‘염려되고 신경 쓰이는 건강 문제가 있다’고 했고 57.3%가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 이대로 가면 운동, 건강 문제도 불평등만 심화할 것이다. 죽지 못해 회사에 다니는 좀비 직장인이 가득한 병든 조직을 원하지 않는다면 운동 부족은 회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회사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개인이 운동을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운동하기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 몸의 연대기’ 저자인 대니얼 리버먼에 따르면 우리 몸이 운동을 피하도록 진화했다. 과거에는 수렵, 채집 활동에 필요한 만큼만 움직이고 불필요한 움직임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 수렵·채집인 관점에서 보면 운동은 혜택은 없고 힘든 행동이다. 수렵·채집인과 현대인 모두에게 몸을 움직이고 힘을 쓰는 것은 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다. 차이가 있다면 수렵·채집인은 부지런히 몸을 놀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겐 움직이기 싫어하는 이 본능만 남았다.

운동을 여가 시간에 취미로 할 일로만 보는 것도 문제다. 체육관 할인 같은 복지 혜택도 주고, 아예 체육관을 마련해 주는 회사도 제법 있다. 그런데 결국 모두 여가를 잘 활용하라는 거다. 여가는 말 그대로 쉬라고 있는 것이다. 쉴 시간도 부족한데 회사 일을 잘하려면 건강해져야 하니 그 시간을 쪼개 운동하라고 하는 것은 초과근무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직장인, 특히 여성 직장인은 쪼개려야 쪼갤 여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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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직장인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근무시간에 하는 것이다. 요즘 외국 기업에선 ‘운동하는 직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을 조사, 선정한 보고서가 많이 나온다. 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는 기업들은 예외 없이 훌륭한 운동시설과 프로그램, 그리고 무엇보다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를 갖추고 있다.

스웨덴 출신 테니스 스타 이름을 딴 고급 내의 및 스포츠 의류 전문 회사 비에른보리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스포츠 아워(Sport Hour)’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시간엔 모든 직원이 피트니스 강사를 따라서 고강도 운동을 함께 한다. 물론 최고경영자(CEO)도 함께한다. 좀 더 즐겁게 운동을 하기 위해 크로스핏, 킥복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스포츠 아워’를 시작한 후 직원 병가율이 20% 이상 줄었다. 현재 CEO 취임 이전 경영 악화를 겪었던 이 회사는 스포츠 아워를 시작한 이후 지난 5년간 순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0%, 300%나 증가했다고 한다. 직장 만족도가 올라가고 이직률은 감소했다. 일주일에 겨우 한 시간 운동으로 나타난 효과들이다.

회사 일로 각종 통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건강하고 통증 없는 삶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회사가 책임지고 앞장서서 직원들을 도와줘야 하는 회사 일로 보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에 실린 ‘1주일에 단 1시간… 스포츠 아워의 마법’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운동#직장#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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