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한반도 문제에 정통하지만 동아태 차관보를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한다. 그럼 왜 그 넓은 태평양을 건너가 임시직을 맡은 걸까.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이 확인해 보니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정무직인 동아태 차관보는 미국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함께 떠난다. 보통은 새 행정부의 새 차관보가 올 때까지 부차관보가 대행을 맡는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지우기(ABT·Anything but Trump)를 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에 비유하면 트럼프 시대에 이른바 ‘부역’한 사람들에 대해 ‘적폐청산’ ‘인적청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동아태 부차관보도 그 대상으로 찍혔다고 한다. 그래서 부차관보 대신 태평양 건너의 김 대사를 불러들여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것. 이런 ‘적폐청산’은 국무부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9일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몇 차례 고사한 정 장관을 임명한 배경은 청와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렇다. “북한을 잘 아는 베테랑 외교관들이 미 국무부에 복귀한 만큼 그들과 대화가 될 관록 있는 외교관을 배치한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에 맞춰 우리도 외교안보 라인 체제에 변화를 준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주려 했다”고 한다.
다만 정 장관의 복귀를 바이든 행정부가 ‘변화’로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워싱턴 일각에서 정 장관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가 깊숙이 관여한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대해 바이든 사람들은 “무엇이 비핵화인지 합의하지 못한 채 트럼프에게 과시성 사진 찍는 기회를 줬다”고 본다.
한 정부 소식통의 얘기다. “북핵 문제가 시급하지만 지금은 북한보다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 북한과 대화할 힘이 나온다. 바이든 사람들이 거부감 갖지 않도록 잘 조율하는 게 정말 중요한 시기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사람들이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만 우선시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 장관은 어서 빨리 블링컨 장관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과) 다소 상이한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조율하는 데 크게 문제가 없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런 그가 “여전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를 믿는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걱정하는 미국과 불통이 자칫 정 장관 자신에게서 비롯될 수 있음을, 베테랑 외교관인 정 장관도 잘 알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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