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기법의 하나인 공매도를 놓고 미국 증시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온라인에서 뭉친 개인투자자와 거대 자본인 기관투자가가 수십조 원 규모의 머니게임을 벌이면서 일부 기업 주가가 보름 새 25배까지 올랐다 떨어지는 등 비정상적으로 요동쳤다. 마침내 백악관과 정치인들까지 논쟁에 가세해 공매도가 뜨거운 정치문제로까지 비화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 구조다. 거대 자본이 공매도를 시도해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해당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흐름이 없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늘 당했다고 느끼는 개인들이 금융지식과 SNS로 무장해 기관투자가에 조직적으로 대항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주가가 폭등과 폭락을 오가는 사이 많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자본시장의 중추인 증시가 정상적인 작동 기능을 잃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 공매도 사태를 놓고 한편에서는 ‘개미들이 힘을 합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반면, ‘개인 투기 세력의 비이성적 시장 조작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3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고 한 차례 연장한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영원히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며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공매도 재개를 권고하고 나섰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삼는 공매도를 계속 금지하면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고로 보인다.
공매도 찬성과 반대는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다만 변화하는 증시 환경에서 공매도 혼란에 대응할 출발점은 신뢰의 회복이어야 한다. 개인이 부당하게 피해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공매도 재개의 전제 조건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시스템을 정밀하게 재점검하고 투자자 신뢰를 얻을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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