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식 양도세 도입, 자본시장 충격 감안해 신중하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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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든 주식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지분 1% 이상이나 종목별 보유액 10억 원 이상의 대주주만 양도차익에 과세를 한다. 이를 내년부터는 종목별 보유액 3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르면 2023년부터 모든 주식 투자자에게 양도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는 0.05%포인트씩 점차 낮출 것으로 보인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에 양도세를 매기는 것은 미국 유럽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채택한 방식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일반적인 조세 원칙에도 부합한다. 부동산 등 다른 자산에는 이미 양도세가 부과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틀어 손해와 이익을 통산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세제 개편은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증권거래세 감축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양도세 확대는 자칫 자본시장을 위축시키거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떨어지자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증권시장에 몰려들었다. 현재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3000만 개다. 세금이 새로 생길 경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속단하기 힘들다.

대만은 1989년과 2013년 양도세를 도입하려다 주가가 폭락하고 거래대금이 급감해 포기했다. 일본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전면 도입하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 거래액의 0.25%인 증권거래세는 한 해 5조 원 안팎 걷히는데, 현재 세율이 20∼25%인 양도소득세는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세수가 달라질 수 있다. 증권거래세 감축으로 줄어드는 세수를 무리한 양도세 확대로 벌충하려 하다간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취약해진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주식 양도세#자본시장#증권거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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