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使 손발 묶고 강성노조 힘만 키울 ILO 협약 비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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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 한국은 ILO의 8개 핵심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단체교섭 협약, 강제노동협약, 강제노동철폐협약 등 4개 협약에 대한 비준을 유보한 상태다. 협약 비준으로 해직자, 실직자까지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게 되면 노조의 힘은 더 강해지고, 정치적 쏠림까지 심해져 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반대 이유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노동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조 설립과 관련된 협약 2개를 모두 비준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미국밖에 없다는 등의 근거를 들이대며 조속한 비준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도 자국 사정에 맞게 선별적으로 일부만 비준했다. ILO 협약 비준은 ‘관계자와 이해 당사자의 폭넓은 논의’가 원칙이다. 이해 당사자인 사측이 반대 의견을 낸 만큼 비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 현실을 고려하면 협약을 서둘러 비준하는 게 옳은 방향인지 의구심이 든다. ILO 협약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실정법과 상충하는 것은 오히려 둘째 문제다. 해직 교원이 조합원이어서 법외 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정치적 편향은 지금도 논란거리인데 이들이 합법화되면 더 정치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군 복무를 대체하는 산업기술요원도 강제노동이라는 ILO의 기준을 인정하면 당장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생산한 수출품을 두고 외국과 무역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매년 습관적 파업이 계속되고 노사 협력은 세계 최하위권인 것이 우리 현실이다. 노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고용세습까지 하고 있다. 파업을 해도 대체근로는 금지하는 노동조합법이 엄존하는 터에 협약 비준은 강성 노조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격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는 통상 3∼5년마다 하는 단체협약을 우리는 2년에 한 번씩 한다. 파업권만큼이나 사측의 조업권과 방어권도 보장하는 등의 노동개혁을 먼저 하는 것이 우리 실정에 맞다. 협약 비준에 앞서 사측이 공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부터 마련해 달라는 재계의 주장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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