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부처 낙하산 再취업, 근절 못 하나 안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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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국정감사가 열릴 때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경제 부처 퇴직자들이 산하 기관이나 감독하는 민간기업에 재취업하는 사례는 단골 메뉴로 지적된다. 올해도 산업부가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퇴직공무원 31명이 18개 산하 공공기관에 기관장 임원 등으로 재취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힘 있는 기관이 감독을 받는 민간은행이나 기업, 협회에 퇴직자를 내보내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다. 재취업한 퇴직자가 다시 해당 감독기관을 상대하는 로비스트가 되고 감독기관은 사실상 전관예우를 해주는 먹이사슬 구조가 단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조직적으로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도운 혐의로 이미 전 위원장, 부위원장이 구속되고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올해 금감원 국감에서는 한 시중은행의 상근 감사위원 자리를 1999년 이후 19년째 6명의 금감원 퇴직자가 돌아가면서 차지하고 있는 사례까지 드러났다. 이 밖에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 피감독 기관의 임원 가운데 금감원 퇴직자가 없는 경우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재취업심사를 강화하고 불법 재취업을 막겠다고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지만, 개선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인사처가 제출한 지난 5년간 퇴직자 재취업 심사 결과를 보면 3025건 가운데 83%인 2503건이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 무난히 재취업시장으로 갈 수 있었다. 심사 기준이 너무 허술하거나 아니면 심사 자체가 부실했다고 봐야 한다. 해당 부처가 퇴직 예정자의 경력을 미리 관리하거나 세탁해 재취업심사를 통과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은 관가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각한 취업난에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까지 겹쳐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더욱 차가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섭게 느껴야 할 것이다.
#국정감사#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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