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이 반발하고 있다. 검찰이 청구한 관련 압수수색영장 208건 중 23건만 발부돼 기각률이 90%에 육박한다. 그제도 법원행정처가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이 고영한 전 대법관과 전 청와대 비서관, 고용노동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검찰은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며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반면 법원은 “임의수사 원칙과 최소 침해의 원칙, 법익 균형의 원칙을 고려해 하나 이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기각한다”고 반박한다. 압수수색은 수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일반 형사사건의 압수수색영장도 그렇게 엄격하게 심사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압수수색영장은 신체 자유를 제약하는 구속영장에 비해 훨씬 쉽게 발부된다. 구속영장 발부율이 80% 안팎이라면 압수수색영장은 99% 안팎으로 발부된다. 올 상반기 압수수색영장 발부는 11만824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이런 통계만 보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된 영장 기각 사태는 형평을 지나치게 잃은 것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압수수색의 증가는 자백보다는 증거 위주로 수사 환경이 변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기업의 업무방해 등 부수적인 피해도 심각하다. 작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를 받다 자살한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유족들도 이른 아침 등교시간 전 어린 자녀들이 보는 가운데 압수수색을 당한 것에 분노했다. 대법원 판례나 검찰 준칙에도 압수수색 때 ‘주거의 평온’을 고려할 것을 주문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수상쩍은 접촉 등 재판 거래 연루 정황이 꼬리를 물었다. 과거 양승태 대법원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사법 불신은 깊을 대로 깊어졌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남발을 법원이 엄격한 영장심사를 통해 견제하는 것은 본연의 역할이다. 그러나 비슷한 사안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거나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는 일이 잦아지면 결국 사법부가 불신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형평은 법원이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소홀히 해선 안 될 핵심가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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