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임우선]‘진짜 교육감’이 탄생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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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솔직히 말해 그간 한 번도 교육감 선거에 참여한 적이 없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투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일단 교육감이 뭘 하는 사람인지를 제대로 몰랐다. 명칭을 보아 교육 관련 감투인 것 같긴 한데 이미 대학까지 졸업한 기자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었다. 딱히 교육과 직결되는 나이의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출마한 후보 중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표를 던지느니 차라리 누구도 찍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달은 건 2년 전 교육 분야를 맡고서다. 서울시교육청을 출입하며 보니 교육감이란 실로 엄청난 자리였다. 흔히 서울시교육감을 10만 명의 인사권과 9조 원의 예산권을 지닌 사람이라고 한다. 좀 더 생활형으로 설명하면 내 아이의 교사가 될 사람을 얼마나 뽑고 어떻게 배치할지, 내 조카의 교장과 담임을 누구로 할지 최종 결정하는 이가 교육감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아이들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놓을지, 아니면 체육관 리모델링을 할지 판단하는 이도 교육감이다.

아이들에게 학교 안 놀이시간을 얼마나 줄지, 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볼지, 학업을 못 따라가는 학생들을 어떻게 끌어줄지, 교사의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교육감이 정할 수 있다. 영어를 어떻게 가르칠지, 공립유치원을 몇 개나 늘릴지, 특수학교 돌봄교실 자유학기제를 어떻게 운영할지, 특목고와 자사고 신입생을 어떻게 뽑을지 등 학부모가 관심 있는 모든 사항이 교육감의 손에 달렸다. 건물에 비유하자면 골조는 교육부가 세울지 몰라도 그 안의 인테리어와 층 배치 등 실질적인 모든 건 교육감이 결정하는 셈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보다 힘이 세다.

학생 시절 ‘한없이 낙후된’ 한국의 학교와 교육에 시시때때로 분개하던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을 두고 ‘아무나 되세요’란 마음으로 방관한 건 어른으로서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역대 교육감 선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늘 낮았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에 처음 당선된 2009년 선거의 투표율은 12.3%에 불과했다. 당시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추대된 김 부총리의 득표율은 40.9%였다. 경기도민 100명 중 5명의 지지로 교육감이 정해진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2007년 ‘교육자치’를 표방하며 도입됐다.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통합 실시하면서 투표율은 50%대로 올랐다. 그러나 투표자 중 교육감 후보의 면면을 따져보고 심사숙고해 투표한 이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교육감 후보들은 선거에 무관심한 국민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뭉텅이 표가 있는 정치세력을 잡는 게 훨씬 남는 장사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교육 이슈는 온데간데없고 진보니 보수니 하는 ‘색깔팔이’에 열중하는 후보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감 선거가 주민에 의한 교육자치가 아닌, 일부 정치세력에 의한 ‘교육정치’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선제 폐지론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당장 교육감 선거가 없어질 것 같지 않다. 결국 최선의 선택은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내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없다는 게 모든 선거의 가장 큰 난제지만 ‘최선의 인물’이 없다면 ‘차악의 인물’이라도 뽑아야 한다. 자꾸 그렇게 따지고 들어야 국민과 교육만 생각하는 진짜 교육감이 나온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교육감 선거#교육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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