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형원]은퇴 과학인들 노하우 썩힐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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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연구위원
김형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연구위원
고경력 과학기술인 지원사업(ReSEAT)은 은퇴한 과학기술인들의 지식과 경험을 중소기업, 창업인들을 위해 활용하는 사업이다. 2002년부터 연인원 3500명이 참여해 최신 과학기술정보 6만5000여 건을 재생산해 필요한 중소기업에 제공했다. 고령화사회에서 과학기술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성공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ReSEAT는 실행 초창기부터 정부 소속 공공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10여 년간 사업을 맡아오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예산을 받아 ReSEAT를 관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매년 운영 주관 기관을 변경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예산, 사업계획 등을 확정해 주지 않아 지난해도 5월에야 관련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KISTI는 정부 소속 공공기관 중 ReSEAT를 수행할 만한 실력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 만일 ReSEAT를 다른 기관이 운영하면 유·무형의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정부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ReSEAT는 은퇴 과학기술인의 개인적인 경험, 지적 외에도 최신 과학기술자료, 국제 동향 등 다양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춰야 적은 예산으로도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 KISTI는 그동안 이와 관련해 많은 무형 자산을 구축했고 만일 과기정통부가 다른 공공기관에 ReSEAT를 맡긴다면 기존에 활용하던 이런 무형 자산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는 ReSEAT를 관리하는 상급 주체이기 때문에 운영 주무 기관을 얼마든지 바꿀 수는 있다. 하지만 큰 안목으로 한국 과학기술계가 쌓아 놓은 노하우를 버리지 않는 방법을 택하는 게 훨씬 현명하다고 판단된다. 단 한 번도 운영 주무 기관을 바꾼 적이 없는데도 그저 ‘엄포’를 놓는 것이라면 하급기관은 안타까운 마음만 들 수밖에 없다. 독일, 일본 등 과학기술 선진국은 큰 틀에서 미래를 내다보고 일관되게 과학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KISTI가 오랜 기간 쌓은 노하우를 사장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형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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