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어깨를 맞대고 협력해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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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국 방문 때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네 번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합사 연설에서 ‘같이 갑시다’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동아일보DB
2014년 한국 방문 때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네 번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합사 연설에서 ‘같이 갑시다’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동아일보DB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당시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할 때 쓰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같이 갑시다!(한국말로)” 오바마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시 국무장관, 국방장관, 주한 미국대사까지 ‘같이 갑시다’의 팬이었습니다. 요즘 한미동맹의 균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서 그런지 더욱 그리워지는 말입니다.

‘같이 갑시다.’ 참 좋은 표현입니다. 이렇게 좋은 말을 우리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되겠죠. 미국인들에게도 알려줘야 합니다. ‘같이 갑시다’를 영어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같이 갑시다’의 의미를 따져보면 ‘어떤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한미 양국이 서로 협력해 나가자’는 뜻일 겁니다. 두 사람이 협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지요. 이럴 때 ‘shoulder to shoulder(어깨를 맞대고)’라는 표현을 씁니다. ‘같이 갑시다’를 영어로 바꾼다면 ‘We stand shoulder to shoulder(서로 협력해 대응해 나가자)’라고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많이 알고 있는 ‘We go together’가 ‘같이 갑시다’의 직역이라면 ‘We stand shoulder to shoulder’는 좀 더 의미를 담고 있는 버전이지요. 워싱턴 특파원 시절 백악관이 배포한 대통령 연설 영문판 자료에는 ‘같이 갑시다’를 후자로 썼더군요.

Shoulder라는 단어를 단순히 ‘어깨’라는 의미로 쓴다면 이 단어를 절반밖에는 활용하지 못하는 겁니다. 어깨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무언가를 짊어지는 것입니다. ‘Shoulder to shoulder’에서 shoulder는 무거운 것도 잘 짊어질 수 있는 늠름하고 건장한 어깨를 말합니다. 힘없이 축 처진 어깨가 어떻게 다른 사람과 협력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shoulder는 responsibility(책임), burden(부담)처럼 짊어져야 할 것들과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He shoulders heavy responsibilities’라고 하면 ‘그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그는 어깨가 무겁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얼마 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의 치료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미국 언론의 기사를 보니 ‘Seoul will shoulder $60,000 medical bill for North Korean defector’라는 제목이 눈에 띕니다. ‘한국 정부(Seoul)는 6만 달러의 치료비를 부담하기로 했다’는 뜻입니다.

새해가 됐으니 그동안 어깨를 움츠렸던 분들도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도전에 임해야 합니다. ‘어깨를 펴라’는 영어로 ‘Square your shoulders’입니다. 어깨를 직각을 세우라는 말입니다. 어깨를 쫙 펴면 자연히 각은 살아납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버락 오바마#한미동맹#같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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