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헌재]수호랑-반다비 찾아 삼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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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해 지난달 중순 눈에 띄는 현상이 나타났다. 영하의 날씨에도 긴 줄을 서게 만들었던 평창 롱패딩이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에 아이돌 효과, 그리고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평창 롱패딩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조금 과장하자면 평창 올림픽 최초의 히트 상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평창 굿즈’(평창 올림픽 라이선스 제품)는 디자인뿐 아니라 품질도 상당히 괜찮다. 평창 공식 스토어에 가서 직접 보면 안다. 제품군도 다양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그 가운데서도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평창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반다비 인형이다.

이들의 탄생이 순탄하진 않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당초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평창 대회 마스코트를 공모했다. 하지만 눈에 차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국내 디자인 전문가 그룹을 통해 2년 가까이 개발 작업에 매달린 끝에 지난해 6월에서야 ‘수호랑’과 ‘반다비’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두 캐릭터는 상당히 귀엽다. 수호랑은 올림픽 정신인 세계평화를 지켜준다는 의미의 ‘수호’에 강원 정선아리랑의 ‘랑’을 결합해 만들었다. 백호랑이(백호)에서 ‘랑’자를 따왔다는 말도 있다. 반다비는 반달가슴곰의 ‘반달’과 대회를 기념한다는 의미의 ‘비’를 결합해 만들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홈페이지(www.olympic.org/mascots)에 들어가 보면 수호랑과 반다비가 얼마나 잘 만든 마스코트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역대 올림픽 어떤 마스코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27일 평창 조직위가 메달리스트들에게 어사화(御賜花·임금이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하사하던 종이꽃)를 머리에 꽂은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부상으로 주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각종 국제대회를 취재한 동아일보 취재진도 둘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외국 스타 선수들을 섭외할 때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은 최고의 상품이었다.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던 선수들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마스코트를 향했다. ‘스키 여제’ 린지 본은 수호랑을 가리키며 “얘는 너무 귀엽다. 정말 예쁘다”고 했다.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는 “둘 다 너무 귀엽다.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검은색 반다비를 갖고 싶다”며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가 있다면 이들을 구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품절일 때가 적지 않다. 특히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인천국제공항 내에 평창 관련 제품을 파는 곳은 한두 곳에 불과하다. 가끔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이 입고돼도 순식간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버린다. 기념으로 마스코트 인형을 사 가려던 관광객들이 허탕을 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평창으로서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평창 올림픽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기자가 러시아 출장차 출국했던 이달 중순에도 수호랑과 반다비는 끝내 만날 수 없었다.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평창#평창올림픽#평창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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