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년 만에 수출마저 최대낙폭… 정치·외교도 정신 차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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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0월 수출액이 435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5.8% 줄었다고 어제 정부가 발표했다. 월간 감소율로 보면 2009년 8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이어진 ‘연간 교역 1조 달러’ 행진도 끝날 것이 확실시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수출이 회복되면 앞으로 3%대 후반의 성장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지금 추세라면 반등은커녕 오히려 수출 부진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 지난 반 세기 동안 국가경제의 효자로 한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올려놓았던 수출이 추락하면서 자칫 제조업, 나아가 우리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태다.

수출 부진의 원인은 지난주 한국은행이 1961년 통계 작성 후 첫 제조업 매출 감소를 발표하며 내놓은 진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화가치의 상대적 강세와 글로벌 경기 불황이 큰 요인이다. 올해 1∼8월 세계 교역량이 12% 줄었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도 수출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만큼 여파가 크진 않다. 우리나라는 전자 자동차 화학 등 수출 주력품목에 대한 의존이 10년 이상 계속되면서 일본 중국 양쪽에서 치이는 상태이고, 차세대 수출 품목은 눈에 띄지 않는다.

수출상품의 경쟁력 회복이 절실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정부와 정치권, 외교도 할 일을 해야 한다. 특히 우리 수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원화 강세는 구멍 뚫린 한국의 경제외교 책임이 작지 않다. 미국이 노골적인 엔화 약세 정책으로 수출 대박을 터뜨리는 일본의 ‘환율 조작’은 용인하면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을 문제 삼은 데는 매끄럽지 못한 대미관계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중과세, 투자보장, 비관세장벽 철폐 등 개별기업 차원에서 해결이 어려운 대외문제 역시 경제외교가 나서야 할 몫이다.

국회는 수출에 힘이 될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속히 처리해야 한다. 연내 한중 FTA가 발효되면 즉시 1차 관세 인하가 되고, 내년 1월 1일 2년차 관세 인하가 가능해지므로 올해 비준하는 것과 올해를 넘기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런데도 6월 1일 양국 정부 서명을 마친 한중 FTA의 발목을 잡아 하루 40억 원씩 수출기회를 날리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 앞에 죄를 짓는 것과 다름이 없다.
#수출#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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