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타기’ 넘어 국익 관철하는 실용적 訪中·訪美외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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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그제 밤 11시 반경 출입기자들 휴대전화로 “10월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문자 브리핑’을 보냈다.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연기했던 방미(訪美) 일정을 이례적으로 2개월이나 앞서 발표한 것은 중국의 9월 3일 전승절 초청 수락을 먼저 발표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묘한 시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려는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외교당국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했지만 정부가 두 나라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만 강조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것이 사실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사무적이고 중국과의 관계는 종속적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동아일보가 11일자 본란에서 6·25전쟁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북한 지원을 지적하며 중국을 방문하되 열병식 참석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 참석, 열병식 불참’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현명한 결정이다.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두 나라의 경제협력이 긴밀해졌다고는 하나 북한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는 여전하다. 한중 정상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을 하고 지난주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도발까지 한 북한에 대해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 북한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남아 있으므로 시 주석의 주선으로 남북 정상 만남이 이뤄진다면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방미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란 핵협상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북핵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바꿀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북핵 해결의 결정적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외교적 격랑 속에서 강대국의 눈치만 보는 소극적 자세로는 국익을 지키기 어렵다. 한국이 현안 해결을 주도하려면 현실을 똑바로 보고 실용적인 외교를 펴야 한다. 전승절 참석으로 다져진 한중 관계를 통해 서울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에 성공한다면 ‘박근혜 외교’를 보는 눈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줄타기#국익 관철#전략적 모호성#박근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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