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백기승]미래 인터넷의 ‘퍼스트 무버’로 가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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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우리는 한때 앞선 국가들의 전략과 시스템을 빠르게 벤치마킹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모방과 창조의 선순환을 이끌어낸 결과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정보통신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지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을 필두로 정보통신기술(ICT)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급속한 변화를 이끌어 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처럼 뒤쫓아 가며 ‘일단 하고 보는’ 전략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개벽에 가까운 변화가 일고 있는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잠시라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모든 정보로부터 소외되며 현실 세계와도 단절되고 만다. 이런 의존성을 악용한 사이버 사기, 해킹 등 심각한 사이버 보안의 위험과 불안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 ICT 진흥에 대한 논의를 단순히 ‘기술 차원’이 아니라 ‘가치 차원’으로 확장시키고, 왜 ICT 발전을 이루려 하는지 본령을 잊지 않도록 ‘기술’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사회의 상상도를 그려야 한다.

‘안정된 삶’과 ‘안전한 삶’의 욕구를 조화시키는 문제는 오랫동안 그 모습을 달리하며 논란의 중심에 있어 왔다. 한국은 다양한 발전 과정을 거치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조화시킨 서구 선진국과 달리 급속한 성장과 분단의 특수상황까지 더해지면서 병립이 불가피한 것들조차 반드시 택일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하지만 미래로 나아가는 ‘인터넷의 진흥’과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정보보호의 진흥’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핵심 가치라는 점에서 어느 것 하나만 따로 선택할 수 없다. 그간 산업화와 민주화의 갈등에서 빚어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미래인터넷 플랫폼 위에 대한민국의 꽃을 다시 피우기 위해서는 이 두 가치를 미래사회 프레임의 최상위에 올려놓고 ‘산업적 성취’와 ‘인본적 삶’이 공존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합의 구조 아래 그간 두서없이 펼쳐지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거버넌스 등 인터넷 서비스와 복지에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프레임의 아랫단에 정렬시켜야 한다. 이 같은 체계적 상상도가 마련된다면 미래사회로 가기 위한 정책과 예산의 중첩이나 혼선은 줄이고 부처 간 협업과 시너지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과 ‘정보보호’를 시대의 최우선적 가치로 설정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융합과 연결, 협업이 가능한 미래 인터넷 진흥체계에 이해와 합의가 있어야만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 인터넷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사회 목표와 방향의 혼란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ICT 기업들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한발 앞서 ‘인터넷’과 ‘정보보호’를 ‘기술’이 아닌 ‘가치’로 받아들이고 축적된 경험과 창조적 협력으로 시대의 변화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된다면 미래는 분명 ‘또 다른 우리의 세상’이 될 수 있다.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미래 인터넷#퍼스트 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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