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브로커 성형’ 바로잡지 못하면 의료 한류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3일 00시 00분


코멘트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눈 코 지방이식 등 수술을 받던 중국인 여성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사고가 일어난 뒤 중국의 인터넷 포털 바이두에는 “한국 성형외과를 못 믿겠다” “한국은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본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하나로 강조한 보건 의료 산업의 육성과 외국인 환자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다.

2009년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가 본격화된 이후 연간 21만 명의 외국인 환자가 한국을 찾아온다. 이 가운데 2만4000명이 성형외과 환자이고 중국인은 그중 67%를 차지하고 있다. 환자 유치를 놓고 성형외과끼리 경쟁이 치열해지자 외국인 환자를 병원에 연결해주는 브로커가 수술비의 50%에서 90%까지 수수료로 떼어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병원들은 수수료를 벌충하려고 무리한 수술과 바가지요금에다, 상담은 인기 의사가 하고 수술은 초보 의사에게 맡기는 섀도 닥터(그림자 의사) 운영 등을 서슴지 않다가 사고가 일어났다.

정부는 2013년 12월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해외환자 유치’ 대책을 요란하게 알렸으나 불법 브로커 규제 문제는 외면했다. 성형외과의사회가 “불법 브로커라도 제대로 단속하라”고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이다. 불법 브로커를 내세우는 병원은 외국인 환자 의료기관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이달에 발표한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불법 탈법 병원을 적발해도 외국인 환자 유치에 지장을 줄까봐 영업 정지도 내리지 않던 복지부가 실제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은 한국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뉴스가 실시간으로 번역돼 중국 웹사이트에 올라가는 세상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와 직접 연관된 제도만 땜질 식으로 바꿔서는 사태를 바로잡을 수 없다. 차제에 성형의료계에 쌓인 적폐를 없앨 근본적인 방안을 내놓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 불법 브로커를 없애는 것은 기본이다. 섀도 닥터나 의료비 불법 대출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정비해 막아야 한다.

성형외과의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 환자들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등 세금 문제도 보완해 탈세를 막고 의료업계를 더 투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당장은 환자 수가 다소 줄더라도 불법과 탈법 행위를 철저히 처벌하고 예방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의료 한류를 살리는 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