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관계 빅딜 위해 “유연성 없는 대북정책 반성”한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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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당국자가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다른 부분에서 북한에 줄 게 있으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혀 이산가족 문제와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 등의 ‘빅딜’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인도적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것을 대가로 줄 수 없다던 정부 입장과는 달라진 발언이다.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경색 국면으로 지속되는 것이 국가 안보와 동북아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 당국자는 정부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북의 도발로 번번이 다시 경색되는 남북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8개월 뒤면 광복 70주년을 맞는 만큼 남북이 꽉 막힌 대치 국면의 출구를 찾을 필요도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우리의 일방적 선의만으론 풀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과 북의 김정은이 모두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음에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것은 서로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산가족 문제 해결, DMZ 세계평화공원, 드레스덴 구상의 진척 등 우리가 원하는 것과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북이 원하는 것을 맞바꾸는 일괄타결을 논의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북의 태도다. 핵 개발과 대남(對南) 도발을 포기하지 않는 북의 본질에 변화가 없는 한, 우리가 아무리 퍼줘도 남북관계의 진척은 백년하청이기 쉽다. 이 당국자는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했는지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했지만 우리보다는 북이 뉘우쳐야 할 것이 훨씬 많다. 대북 정책의 원칙을 강조해온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느닷없이 유연하지 못한 정책을 반성한다니, 북한 김정은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까 걱정스럽다.

행여 박 대통령 집권 3년차인 내년에는 뭔가 남북관계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북에 꼬리를 내리려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상생을 위한 교류 협력의 끈을 놓아선 안 되지만 확고한 안보태세로 도발엔 강력히 대처하고, 북 인권 문제에도 당당히 쓴소리를 계속해야 마땅하다.
#남북#빅딜#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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