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 위한다는 ‘전월세 상한제’ 서민 피해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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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부동산 3법을 일부 수정하는 대신, 야당의 전월세 상한제와 전세계약갱신 청구권(임대기간 연장)을 받아들이는 ‘정치적 거래’로 동시 처리할 모양이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3법이란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제도 폐지 법안, 재건축 조합원도 보유주택 수만큼 새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으로 야당은 “부자들의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잠시 활기를 띠던 부동산 시장은 부동산 3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최근 침체 조짐이 뚜렷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금은 부동산 투기보다 침체를 걱정할 때”라며 부동산 3법 처리를 국회에 촉구해 왔다.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치밀한 검토 없이 도입한 부동산 규제는 집값이 떨어지고 집이 안 팔리면서 이미 타당성을 잃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인 만큼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것까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3법 처리의 반대급부로 새정치연합이 들고 나온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기간 연장은 심각한 독소가 담긴 반(反)시장적 정책이다. 미국 뉴욕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주택 임대료가 급등하자 임대료 규제법을 만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임대료를 못 올리게 된 집주인들이 집수리를 하지 않아 임대주택 밀집지역이 슬럼가로, 우범지대로 전락한 것이다. 괜찮은 임대주택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초 전셋값을 잡기 위해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불과 4개월 만에 전셋값이 20% 이상 폭등했던 적도 있다.

전월세 가격 상승은 주택가격 하락과 공급 물량 축소,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와 저금리 등 원인이 다양해 ‘명쾌한 해법’도 나오기 어렵다. 전월세 가격을 잡겠다고 전월세 상한제나 임대기간 연장 같은 규제로 접근하다가는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기는커녕 피해만 키울 게 뻔하다.

전월세 대책은 전세금이 매매가에 근접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깡통 전세’ 위험성을 예방하고 저소득층 주거 문제를 지원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부동산 규제 혁파를 통한 주택 매매시장 정상화와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펴면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게 옳다.
#전월세 상한제#임대기간 연장#임대료 규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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