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특별감찰관제로 비선 실세 비리 막을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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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에 “대통령 주변 비리를 막기 위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공약집에는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법을 도입하는 것 이외에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 관계인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런 제도들이 정권 출범과 함께 제대로 도입됐다면 지금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 대한 온갖 의혹들이 생겨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별감찰관제와 상설 특검은 올해 3월에야 법으로 제정됐고 6월 발효됐지만 내용이 부실하다. 상설 특검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지만 수사 대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특별감찰관제는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아직 특별감찰관조차 임명하지 못했다. 설령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고 해도 감찰 대상이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으로 한정되어 있어 역할이 제한적이다.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 관계인 부패방지법 제정은 논의조차 안 됐다.

역대 정권치고 대통령의 가족이나 친인척, 측근 때문에 곤욕을 치르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비리에 연루돼 교도소에 간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측근 인사들이 마음을 독하게 먹지 않는 이상 권력에 줄을 대려는 주변 사람들의 유혹과 접근을 차단하기 쉽지 않다. 친인척과 측근 인사들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대통령민정수석실과 사정기관들은 실세들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대통령 비선의 국정 개입 의혹과 인사 논란에는 과거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윤회 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일컬어지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대통령비서관, 그리고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씨와 그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의혹의 진실은 수사를 통해 규명되겠지만 누구보다 대통령의 명예를 지키고 국정 운영의 성공을 도와야 할 사람들이 도리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다.

지금의 특별감찰관제로는 박지만 씨 외에 정윤회 씨 등은 감찰이 불가능하다. 다른 수사기관과 사정기관들이 그 일을 대신해야 하지만 힘이 센 대통령부속실의 비서관들과 비록 민간인이지만 비선 실세로 알려진 사람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특별감찰관제의 감찰 대상을 넓히고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훗날 박 대통령이 이전의 대통령들처럼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의 문제로 후회하고 괴로워하지 않으려면 지금 혹독한 예방주사를 자청할 필요가 있다.
#특별감찰관제#비선 실세#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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