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성호]‘전작권 전환 연기’ 위헌 시비 옳지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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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
지난달 23일 한미 양국은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와 한미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재연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위헌 시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이번 합의에서는 전작권 전환의 시점을 ‘특정 시점’에서 우리의 안보상황을 고려한 ‘특정 조건’으로 변경했다. 그런 조건이 성취될 경우 전환한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엔 변함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환 시점이 202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따라서 ‘특정 조건’을 ‘사실상 무기한’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법문(法文) 해석의 출발인 문리해석의 원칙에 반한다.

전작권을 한미연합사령부(CFC)가 행사하는 것은 군사주권 포기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있다. 군사주권은 군사적 사항에 대해 국가가 보유·행사하는 고유의 권리로서, 군정권과 군령권을 포괄한다. 전작권은 이 군사주권의 작은 일부로서 전시(戰時)에만 발동된다. 평시 작전통제권은 이미 1994년 12월 전환됐다. 1953년 7월 휴전 성립 이래 지금까지 전쟁이 재발하지 않은 것은 한미연합방위체제, 곧 한미연합사의 전작권 공동행사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전작권은 미군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게 아니다. 한미 양국 대통령, 국방부 장관 및 합참의장이 협의·결정한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에 따라 한미연합사가 행사하게 된다. 특히 한미연합사 부사령관(한국군 4성 장군)은 예하 지상군구성군사령부의 사령관으로 한국 육군과 주한 미8군을 작전통제하게 돼 있다. 이것이 위헌이 아님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한미 연합작전체제는 전시에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증원 병력과 무기체계 및 장비의 추가 투입을 예정하고 있다. ‘작전계획 5027’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미국은 90일 이내에 5개의 항공모함 전단, 160여 척의 해군 함정, 1600대의 항공기 및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 최첨단 병기들을 한반도에 투입하게 돼 있다. 이 전시증원(WHNS) 시스템은 작금 핵심적인 대북 전쟁 억지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전작권의 조기 전환은 세계 최강의 전쟁 억지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것으로 북한의 핵 무장 등 우리의 안보 현실에 맞지 않다.

지난 60년간 작전통제권 이양, 일부 전환 또는 그 연기 시 국회의 동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것이 우리 헌법체계 내에서 확립된 ‘헌법 관행’이다. 본질상 전작권 문제는 외세 의존이 아니라 ‘안보 협력’으로 봐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주권 제약’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대통령이 갖는 국군통수권 행사의 일환이자 헌법 제66조 제2항에 의거한 국가의 생존·영토 보전의 책무를 다하는 조치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가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재정적 부담은 주로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이나 방위비 분담 협정에 따른 것이지 전작권과는 관련이 없다. 이렇게 볼 때 한미 간 안보협력 장치의 안보 현실에 맞는 ‘조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겠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
#전작권#위헌#한미 외교#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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