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북아 기업 삼국지’ 中日은 뜨고 한국만 가라앉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2일 03시 00분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3국 기업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중국의 기업들은 기존 노동집약형 산업에 이어 전자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급성장했다. 1990년대 초의 거품 경기 붕괴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 기업들도 아베 신조 정권의 경기 부양과 기업 지원 정책에 힘입어 다시 살아났다.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 전자업체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01년 6.1%에서 올 1분기 20%로 높아졌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 기업의 질주와 일본 기업의 부활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글로벌 대기업조차 영업 실적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LG화학이 28% 감소했다. 이번 주에 2분기 영업 실적을 발표하는 현대차 기아차 포스코의 작년 동기(同期) 대비 영업이익도 상당 폭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기업들의 투자가 부진하고 그나마 해외 투자의 증가율이 높아 국내에 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실적 및 국내 투자 부진은 원화 강세에 따른 채산성 악화, 정치권과 정부가 쏟아내는 기업 옥죄기 정책, ‘전투적 노조’의 경직된 노동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고 비판을 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면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늘리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한국 기업들이 왜 한국에서 투자를 꺼리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고 기업의 활력을 되살리는 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 경쟁력에 먹구름이 낀 현실에서 올해 들어 노사 분규도 크게 늘어났다. 상반기 노사 분규는 45건, 총 근로손실 일수는 10만3000일로 작년 상반기의 3배로 증가했다.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 같은 첨예한 이슈가 맞물리면서 민주노총 산하 강성 노조들은 대규모 파업 움직임을 보인다. 노동계의 ‘하투(夏鬪·하계투쟁)’ 파장이 확산되면 생산 차질액은 늘어나고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조찬 회동을 갖고 “내수 부진 등으로 경기 하방 리스크(성장률이 전망치에 못 미칠 가능성)가 커졌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경제 전망이 극히 어두운 상황에서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수장(首長)이 만나 협력 의지를 밝힌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날 회동이 덕담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 대책을 24일 발표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우리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그 후폭풍을 직시해야 한다.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하 타이밍을 실기(失機)했다는 지적을 받는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 활성화를 위한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중국#일본#기업#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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