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경환 경제팀, 돈이 기업에서 가계로 흐르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이번 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출범한다. 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일본식 장기 불황 위험이 있다”고 진단하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일과 함께, 가계 소득을 늘림으로써 내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오래 지속돼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졌다. 특히 기업이 돈을 벌어도 투자와 고용을 하지 않는다. 어제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법인의 총처분가능소득은 연평균 9.4%씩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개인의 총처분가능소득은 연평균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렇다 보니 국민총소득(GNI)에서 기업의 비중은 늘고 가계의 비중은 줄고 있다. 30대 그룹은 현금성 자산을 158조 원 쌓아놓고 있지만 가계는 빚이 늘어 올해 1000조 원을 돌파했다.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어 기업은 부자이고 국민은 가난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 기업들은 주주 배당도 짜다. 한국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6년째 1%대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주쯤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사내유보금을 투자와 배당에 쓰도록 적극 유도하는 세제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당 확대로 개인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면 경기 활성화와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에서다.

미국 영국 일본에서는 ‘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진작’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일을 열심히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 비율이 2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지난주 ‘가계소득 중심 성장정책 발표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을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경제 관련 법안만 70여 개가 계류돼 있다.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확대나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복지 증대 등 포퓰리즘적 법안은 걸러내야 하겠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고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해 서민 소득을 높이면서 내수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은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야정이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 정책 대안을 숙의해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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