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장 안보실장 不在의 ‘안보공백’ 불안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국가정보원장과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의 동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국정원장은 국가안보를 위한 최고 정보기관의 책임자다.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서 외교안보정책을 조율하고 대책을 수립해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양대 안보 사령탑을 동시에 경질한 뒤 일주일이 넘도록 후임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이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두 안보 사령탑의 부재(不在)는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북한은 22일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의 경질 발표 3시간 뒤 우리 해군 함정을 겨냥해 포탄을 발사했다. 안보 공백을 노린 기습 도발이었다. 북한이 해군 유도탄고속함에서 불과 150m 떨어진 지점에 포탄 2발을 쐈는데도 정부는 NSC를 열지 못했다.

북한은 언제라도 4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안보 사령탑의 공백은 실제 상황과 관계없이 위험한 고비가 지나갔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안대희 전 대법관을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안보실장과 국정원장 경질을 발표했다. 새로운 각오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그렇다 해도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후임자 인선과 검증을 마쳐놓고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국정원과 국가안보실 직원들이 새 수장에 관심을 쏟다 보면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보실장 후보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장 후보에는 전현직 관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인사가 늦어지면 수장 교체가 예상되는 부처 공직자들의 복무기강이 풀어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온통 후임 총리 인선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려 국정원장과 국가안보실장 인사는 후순위로 밀려난 느낌이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직책이 이런 식으로 종속변수가 돼서는 안 된다.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하지만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하는 자리는 아니다. 청와대 참모인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이 바로 임명할 수 있다. 두 자리 모두 총리의 제청이 필요 없기 때문에 후임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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