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으로 돈 벌 생각 말라”는 김영란法, 반드시 통과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국민의 달라진 눈높이를 여실히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공직자가 돈과 명예를 둘 다 움켜잡는 것을 국민이 더는 눈감아 주지 않는다. 공직을 이용해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것이 부패이면, 공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큰돈을 챙기는 전관예우 역시 부패라 할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현직 공직자와 관(官)피아의 부패가 대한민국을 침몰시킬지 모른다. 공직자와 가족들이 금품이나 청탁을 받는 데 엄격한 제한을 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한 이유다.

5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무산된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 통과를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그제 “사회적 비난이 무서워 김영란법에 문제가 있는데도 반대하지 못했다”며 “참회한다”고 말했다. 모든 공직자와 가족이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 원 이상은 형사처벌하고, 100만 원 미만은 과태료를 매긴다는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그냥 넘길 수 없는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범위를 국가공무원뿐 아니라 공기업 공직유관단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150만 명이다. ‘가족’의 범위도 간단치 않다. 직계혈족과 형제자매에 그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대략 1500만 명이 김영란법의 규제를 받는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된 교사와 모든 언론사 종사자까지 치면 1800만 명이나 된다.

예컨대 경기도 공직유관단체에서 근무하는 말단 직원도 제주도에 사는 오빠가 친구에게서 2만 원짜리 넥타이를 선물로 받을 경우 직원이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오빠가 받은 선물이 100만 원을 넘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김영란법은 돼 있다. 이처럼 법이 너무 현실과 유리되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워 규범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

국회는 즉각 진지한 심의를 통해 법안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법리적 타당성과 실효성을 함께 갖춘 법안을 통과시켜 관료사회의 부패구조 척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난해 8월 정부안을 제출받고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질 때까지 심의조차 안 했던 직무유기를 되풀이한다면 국회의원들에게 부패척결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무리한 내용은 정비하되 공직으로 사익을 챙겨선 안 된다는 김영란법의 본질을 훼손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안대희#국무총리#김영란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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