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화선]안전이 복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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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화선 경인여대 총장·전 파주시장
류화선 경인여대 총장·전 파주시장
요즘 우리 사회의 이러저러한 모든 정책은 ‘복지’라는 말 앞에 무릎 꿇는다. 말하자면 ‘복지부동(福祉不動)’이다. 교육비, 도시락, 출산, 노인, 의료연금 등등…. 돈벌이를 하기 위해 매일 타는 버스비까지 복지의 노리개로 취급당하고 있다. ‘묻지마식 퍼주기가 복지다’라고 착각하고 있다.

사고 한 번 나면 인명 피해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인력이 낭비된다. 물론 경제적 손실도 엄청나다. 사고수습 비용이나 복구에 들어가는 돈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이후에 경험하는 것처럼 관광 등 내수경기는 직격탄을 맞고 국가 브랜드 가치의 하락으로 수출도 지장을 받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다. 이번 세월호 침몰은 특히 대한민국호를 ‘고장난 나라’로 만들어 승선한 국민들로 하여금 집단 멀미를 앓게 하는 등 그 피해가 엄청나다.

그래서 사고는 정부의 무능을 도마 위에 올려놓게 한다. 실제로 우리는 지금 어설프고 엇박자가 나는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을 보면서 정부의 무능에 뭇매질을 가하고 있다. 정말 무능하다. 국가안전처를 만든다고 하지만 사고만 나면 으레 기구조직을 신설하고 공무원 수를 늘려 규제의 칼날을 세워왔던 ‘붕어빵 대책’을 우리는 늘 경험해 왔다. 이 같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책으로는 유능한 정부가 될 수 없다.

사실 유능한 정부보다 제대로 된 정부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전예방 조치로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정부다. 사고가 없어야 행복한 복지사회다. 그런 점에서 안전은 사전적이며 예방적인 복지임에 틀림없다. 안전을 복지로 여기고 안전교육부터 실천해야 제대로 된 정부가 된다. 하물며 퍼주기식 복지비는 늘리면서 안전예산을 줄이는 것은 정부가 범죄행위를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 쪽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우리는 지금 너무 위험천만하다. 노란 리본을 달고 조문하는 것만으로는 안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무책임한 말, 분노를 부추기는 말, 자기비하적이다 못해 자학적인 말들을 여태까지 그만큼 양산하고 과적(過積)했다면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빗장을 잠가 보는 일부터, 스스로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안전은 생명이고 돈이며, 복지인 동시에 행복이어서 그렇다.

임종 직전의 경봉(鏡峰) 큰스님께 사미승이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스님을 뵐 수 있습니까? 스님의 말씀은 “야반삼경(夜半三更)에 문빗장을 만져 보아라”였다. 물론 선문답이다. 하지만 지금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 승객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씀임에 분명하다. 성경에도 “네 문빗장을 견고히 하시고… 네 경내를 평안하게 하신다”고 했다.

정부도 국민도 모두 문빗장을 만져봐야 할 때다. 누구를 비난하고 미워하면서 자학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나부터, 우리 집부터, 우리 회사부터 안전 그물망을 쳐야 해결된다.

류화선 경인여대 총장·전 파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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