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은방]선박관제센터조차 관할부서가 다르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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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장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장
세월호 사고 현장에는 해양경찰을 비롯해 육해공군, 중앙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많은 구조, 구난세력이 모여 있다. 하지만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왕좌왕하고 있어 안타깝다.

현장의 지휘 책임자는 직위, 정치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상황 판단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겸비한, 준비된 전문가가 현장 지휘를 맡아야 한다. 소속부서는 달라도 현장 지휘자를 믿고 협력, 지원하는 일사불란한 재난대응이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해양사고로 인한 인명, 재산 등의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 대비, 대응, 복구하려면 해양안전 관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측면의 해양행정은 해양수산부가, 안전 측면의 행정은 해양경찰청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 명확하게 업무를 분담해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양안전정책은 사고보다는 재해에 무게중심이 있었던 듯하다. 여객선 안전, 화물선 안전, 어선 안전관리의 주체도 다르다.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다. 도로교통처럼 해상교통 차원에서 입체적, 통합적, 체계적으로 안전관리가 수행되어야 한다.

해상교통시설인 선박관제센터(VTS) 운영만 봐도 항만은 해양수산부, 연안은 해양경찰청으로 양분되어 있다. 도로교통표지 역할을 하는 등대 부표 등의 항로표지 설치 및 운영관리는 해양수산부, 해상교통 법규 단속은 해양경찰청, 도로와 도로안내에 해당하는 수로 및 해도는 해양조사원으로 업무가 다원화되어 있어 해양사고 예방 및 대응활동 성과에 제약이 있다.

이번 사고 대비·대응과정에서도 제주 VTS와 진도 VTS 운영주체가 달라 책임한계가 모호하고, 접근방법도 상이하여 사고처리 초점이 분사되어 선제적 대응기회를 상실한 감도 있다. 또한 사고 해역의 수심, 해류, 장애물 등 항로정보 관리 및 공유체계 미비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일본은 중앙조직인 해상보안청(Japan Coast Guard)에 교통부, 해양정보부를 둬 해상교통사고 예방, 대비, 대응의 전 과정에 대한 통합적 운영은 물론 항로표지, 수로 유지, 관리정보를 실시간 환류함으로써 높은 해양사고 인명구조율(96%)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국토안보부에 연방재난관리청(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과 해안경비대(USCG·United States Coast Guard)를 둬 국가차원의 재난관리 총괄과 해양현장안전관리를 일원화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해양안전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은 국제협약에 따라 안전설비 기준이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각국마다 자국에 입항하는 외국 선박이 국제협약 요건에 적합한지를 따져 불안전한 선박에 대해서는 운항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안 선박은 그렇지 않다. 상대적으로 규정이 덜 까다롭고 검사까지 느슨하다. 선사와 선박, 승무원의 자발적인 안전관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다중이용시설인 여객선을 비롯한 연안교통안전관리를 더이상 방임해서는 안 된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장
#세월호#지휘 책임자#해양수산부#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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