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소 납품업체 등친 ‘슈퍼甲’ 홈쇼핑 롯데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납품업체들로부터 홈쇼핑TV 방송과 관련해 억대 금품을 받은 롯데홈쇼핑 간부 두 명이 검찰에 구속됐다. 생활용품을 담당하는 간부는 황금시간대 편성 청탁으로 4년 동안 5개 업체에서 9억 원을 받았다. 상품을 사들이는 업무를 맡은 상품기획자(MD)는 한 유통업체로부터 대형 자동차를 포함해 2억7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2012년 말에도 4개 홈쇼핑업체 간부 7명이 비슷한 비리로 사법 처리됐다. 롯데홈쇼핑은 그때 적발되지 않았다. 6개 주요 홈쇼핑업체 중 5곳이 관련 범죄에 연루됐으니 비리가 만연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TV나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홈쇼핑업계에서 홈쇼핑업체 및 MD는 납품업체들의 ‘슈퍼 갑(甲)’이다. 특히 방송시간이 한정된 TV홈쇼핑은 어느 시간대에 방송되는지에 따라 매출액의 차이가 크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중견 기업일수록 홈쇼핑업계 실력자들에게 로비를 벌이고 홈쇼핑업체 간부들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사익(私益)을 챙겼다. 이번에 적발된 롯데홈쇼핑 이외에 다른 업체에서도 이런 잘못된 뒷거래가 사라졌을지 의문이다.

홈쇼핑은 1995년 대기업-중소기업 상생과 소비자 편의 증대라는 취지로 도입돼 해마다 급성장해 왔다. 그러나 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 사이에 갑과 을의 관계가 굳어지면서 ‘비리의 구조화’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들 사이에 뒷돈이 오가게 되면 그만큼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높아져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검찰과 법원은 비리에 연루된 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 관계자들을 엄벌해 잘못된 먹이사슬 구조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롯데홈쇼핑의 다른 간부 두 명은 하도급업체에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해 공사비를 부풀린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삿돈 수억 원씩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회사 공금을 횡령한 간부들로부터 수천만∼수억 원을 상납받은 혐의가 포착된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당시 롯데홈쇼핑 사장)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최고경영자(CEO)까지 부하들로부터 ‘검은돈’의 일부를 받아 챙겼다니 기업 전체가 곪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신 사장이 받은 돈의 성격과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홈쇼핑#롯데#슈퍼 갑#금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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