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합리한 부동산 규제 더 풀어야 ‘미친 전세금’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부동산 시장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4800여 건으로 지난해 1월의 4배를 넘어섰다. 주택 경기가 침체되기 전인 2000년대 중반 수준을 회복했다. 2008년 16만5600채에 육박했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6만1000여 채로 줄었다. 지난 주말 서울 금천구의 아파트 분양 현장에는 5만여 명이 몰렸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온다.

주택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전세금이 집값의 평균 70%를 넘어서면서 “차라리 집을 사자”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부동산 거래 활성화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거래 심리를 북돋우는 데 큰 몫을 했다. 정부는 지난해 4·1 부동산 대책과 8·28 대책을 내놨지만 국회가 발목을 잡아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취득세 영구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수직 리모델링 허용을 담은 법률이 통과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청신호를 던졌다.

지난해 말 폐지된 법안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이 너무 올라 사회 문제가 되자 도입했던 것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제한은 2008년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피해 확산을 막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집값이 폭등할 때 만들었던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권 전매 제한 같은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거품이 심했던 시대에는 필요했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시점에서는 없애야 할 규제들이다. 이 규제들을 마저 풀어 부동산 시장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야 ‘하우스푸어’ 문제가 해결되고 경제 심리도 회복되어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전세금은 연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은 75주 연속 전세금이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전세금이 집값에 비해 지나치게 올라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전세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고, 금융회사에도 부담이 된다”면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위험이라고 분석했다. ‘미친 전세금’을 잡으려면 전세를 구하는 대신에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을 지원하고 임대시장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추가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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