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혁신 역행하는 안철수-민주당의 ‘특검 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그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납득이 안 되는 판결”이라며 “특검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도 어제 “특검만이 유일한 결론이다. 19대 국회가 계속되는 한 특검 말고는 없다”면서 법원의 재판 결과를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도 대선 불복은 당론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하지만 노웅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7일 “김 전 청장의 재판 결과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정권퇴진 운동까지 전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문병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어제 “여당이 특검 논의를 하지 않으면 2월 국회 의사일정에 강력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 파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 의원과 민주당이 재판 결과를 놓고 법원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행태들이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법률안을 공동 발의해놓은 상태다. 일부 단체와 종교계까지 포함된 범야권은 오늘 특검 관철을 위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검을 하자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번 판결은 1심 판결로 2심, 3심에 가서 결론이 바뀔 수도 있다. 판결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수용할 수 없다는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 침해다. 지난해 대대적인 기소가 이뤄질 때는 검찰을 ‘의인(義人)’이라고까지 치켜세웠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검찰을 못 믿겠다며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태도다.

불과 며칠 전까지 안 의원과 민주당은 서로 앞을 다투듯 ‘새 정치’와 ‘정치개혁’을 내세우며 “구태와 단절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특검을 고리로 법원과 검찰 때리기에 공동전선을 펴는 듯한 모습은 안 의원이나 김한길 대표가 부르짖는 정치혁신과 거리가 한참 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