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현우]지방선거, 진정 지역일꾼 뽑는 선거 되려면

예비후보 등록 코앞 닥쳤는데 득실 주판알 튀기는 중앙당들… 선거규칙 못정하고 옥신각신
정당공천 여부-공천 방식… 광역단체별 결정 고려해볼만
기초의회도 폐지가 아닌 운영방식 개선이 더 바람직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초 단체장과 의원 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선거규칙이 확정되지 않았다. 기초선거후보 정당공천 여부를 두고 여야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정당공천에 대한 찬반 여부가 각 정당의 득실관계와 일치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 시점에서 지방선거를 왜 도입했는지를 다시금 새겨보는 게 중요하다.

세상의 가치를 측정하는 손쉬운 방법이 화폐 단위로 계산하고 효율성을 따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치에 효율성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 민주주의를 하면서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다수결 민주주의를 우선시하게 된다. 그 경우 소수의 희생이 강요되는 다수의 독재가 나타난다. 또한 중앙정부 중심의 정치로 인해 다양성이 경시되기 마련이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인 다양성 존중을 구현할 수 있기에 민주주의 발전의 척도가 된다. 각 지역의 여건에 맞는 정치와 행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방자치가 필요하며, 지방선거가 지방정부의 자율성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지방선거가 치러질수록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지방정치가 중앙정치화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앙정치에 대한 지방정치의 종속성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지방선거의 결과가 대통령의 레임덕과 관련이 있다거나, 서울시장 선거가 민주당의 명운에 중요하다거나, 또는 소위 안철수 신당의 가능성은 이번 지방선거에 달려 있다는 논평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중앙정치의 획일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이 지방선거라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져 버렸다. 지방선거 결과가 중앙정치의 판세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정치권은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지방선거에 매달리는 형편이 되어버렸다.

분명히 현재 기초선거에는 문제가 있으며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정당공천제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면 폐지하는 게 최선이 될 수는 없다. 정당공천의 폐지뿐 아니라 공천방식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지역에서 같은 제도를 택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지방자치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에도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 여부가 주에 따라 다르다. 주 정부가 선거를 관장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광역단체별로 정당공천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당공천제에 대한 타협적 대안 중 하나가 이번 선거에서 일단 정당공천을 배제하여 선거를 실시하고 차후 그 효과를 평가해 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변형하여 광역단위별로 정당공천 여부뿐 아니라 공천방식을 결정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제안해 본다. 대선이나 총선과 같은 전국선거는 중앙선관위가 관장하고 지방선거는 시도별 선관위에서 주관한다면 다양한 공천방식이 등장할 것이다. 정당공천제 폐지 등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해도 전국적인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이 성공적이라면 다음 선거부터 다른 지역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이처럼 선거제도에서도 다양성의 개념을 적극 활용한다면 여러 방식의 정치 실험도 가능하고 위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의 개선방안 가운데 기초의회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와 마찬가지로 권력균형의 원리에서 지방정부도 단체장과 의회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방권력 구조가 비대칭적으로 변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행 제도를 보면 제도 자체로는 손색이 없지만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제도 자체가 아니라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맞다. 지방선거가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것은 국민의 정치 참여와 정치엘리트 충원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정당공천제와 기초의회 폐지와 같은 방법으로 단숨에 선거제도나 권력구조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새겨보고 개선 방향도 정해야 할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