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엄익준]기술사 제도 바로 세우기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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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익준 한국기술사회 회장
엄익준 한국기술사회 회장
우리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시대에 살고 있다.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루고 교량은 바다를 건너 쭉쭉 뻗어간다. 수백 명을 싣고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수십만 t의 화물을 싣고 대양을 건너가는 선박. 이 모든 인프라엔 여러 고급 기술이 융합돼 있고, 절대 안전이 전제돼 있다. 이 ‘안전’을 담보하려면 분야별로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강한 기술사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

1963년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에 착수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기술사 제도를 참고해 ‘기술사법’을 제정했다. 1964년 제1회 기술사 시험에서 67명이 합격해 첫 기술사가 배출되었다.

기술사들은 경제개발 초기 외자 도입 심의에서 기술적 타당성 검토에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참여했다. 이후 지금까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데 최고 기술자로서 기술사들의 선도적 역할은 지대하다. 지금은 기술사 수가 4만 명을 넘어섰다. 현란하게 진화하는 과학기술사회의 수요에 따라 매년 2000여 명씩 배출되고 있다.

이공계 분야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6년 이상 경력을 쌓아야 기술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가장 까다롭고 고난도인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정착된 제도다.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려면 최고 전문 기술자인 기술사의 활용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주요 시설의 설계 시공 감리 업무를 수행하는 책임 기술자는 반드시 기술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제도가 붕괴된 듯하다.

이는 우수 인재가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니 기술사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부처 간의 합리적인 협조를 계속 당부했다. 그러나 크게 개선되지는 못했다. 어쩌면 부처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에 함몰된 것은 아닐까. 기술사 제도가 기술사법과 국가기술자격법으로 분리되어 있어 법을 운영하는 부처가 다른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은 사회안전망 구축의 기본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병처럼 만연한 안전 불감증에 경고를 보내며 기술사 제도의 바로 세우기를 촉구한다. 기술사들은 어떤 특혜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보편적인 제도 확립을 갈망한다. 사회 안전망 구축의 시금석인 기술사 제도 발전과 선진화에 부처를 초월한 정부의 바른 조치를 호소한다.

2014년은 기술사 제도가 시행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설계는 기술사가 참여해 최종 서명 날인할 수 있도록 한 ‘기술사법 개정안’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되어 있다. 지난 연말에 통과되기를 기대했지만 여야 간의 다른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법안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2월 임시국회에선 반드시 통과되어 우수한 기술사가 많이 배출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엄익준 한국기술사회 회장
#기술사법#전문가#기술사 시험#이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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