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한길 대표, 보통 국민의 눈으로 민주당을 돌아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각오로 낡은 사고와 행동양식에서 벗어나는 정치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민생과 경제를 챙길 것”이라고 했고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대로만 된다면 10%대로 내려앉은 지지율을 올려 국민 곁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표의 신년 구상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국민을 짜증스럽게 했던 문제점들을 비교적 잘 짚어냈다. ‘귀태(鬼胎)’니, ‘근본도 없는 탈북자 ××들’ 같은 막말이 민주당 점수를 깎지 않도록 “고품격 고효율의 정치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동북아의 격랑 속에서 한국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요긴하다고 한 것이나 북한인권민생법,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이전의 민주당과는 다른 모습이다.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등 보통 국민이 볼 때 대북정책과 외교안보에서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김 대표는 작년 5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도 한참 뒤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27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제1 야당의 위상치곤 초라하다. 민생정치를 지향하겠다는 것도 민주당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내놓는 고정 레퍼토리다. 새 정권 출범 첫해인 작년은 민주당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민생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대선 연장전으로 대부분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고질적인 정치 개입 소지를 차단하는 개혁을 이뤄낸 성과는 작지 않다. 그럼에도 과거 민주 대 반(反)민주 구도의 권위주의 시절에 먹혀들던 투쟁 일변도의 정치를 계속해서는 지지층을 확장하기 어렵다. 강경파에 휘둘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보다 대안을 놓고 최선을 찾는 경쟁의 정치를 해야 한다. 민주당이 진정 달라지려면 상식을 가진 보통 국민의 눈으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바란다.
#김한길#민주당#신년 기자회견#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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