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이 방위비 양보했으니 미국도 현안에 성의 보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한국과 미국이 앞으로 5년간 적용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을 매듭지었다. 올해 우리나라가 분담할 금액은 9200억 원으로 지난해 8695억 원에서 5.8% 인상됐다. 2009년 협상 때 인상률 2.5%보다 인상 폭이 크기는 하지만 1조 원 이상을 요구했던 미국의 당초 안에 비하면 다소 줄어들었다.

미국은 한반도 위기 고조에 따른 주한미군의 대비 태세 강화와 ‘시퀘스터’(미국 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의 여파로 대폭 삭감된 국방 예산을 거론하며 한국에 큰 폭의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주한미군의 군사력 강화는 한국 안보에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한국이 분담하는 방위비는 주한미군의 군사시설 건설과 군수 지원,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로 쓰인다. 협상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질 방위비 분담 협정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비준 과정에서 다소의 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이 제공한 방위비 가운데 미(未)집행분을 포함해 1조 원이 넘는 돈을 쌓아 둬 불신을 자초했다. 미국은 1년 단위가 아니라 사업 단위로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미집행분이 생긴다고 설명하지만 과도한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에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요구해 제도 개선을 이끌어 냈다. 앞으로는 한국이 방위비 배정 단계에서부터 미국 측과 사전 조율 및 협의를 하게 된다.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실무급에서 장관급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이 사전 협의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내는 돈이 적절히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면 분담금에 대한 불신은 줄어들 것이다.

한미 간에는 원자력협정 개정과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협상이 남아 있다. 원자력협정은 만기를 2016년으로 연장한 뒤 9차례 협상을 했지만 큰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내년 12월로 다가왔으나 재연기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들 협상의 결과에 한국의 안보는 물론이고 원자력 기술 개발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한국이 방위비 협상에서 양보한 만큼 미국도 한미 간 현안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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