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석일]정부-의료계, 국민 위해 머리 맞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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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일 국민건강실천연대 상임대표
장석일 국민건강실천연대 상임대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해 영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철도파업을 연상시킬 정도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국민 대다수가 ‘개혁’의 의미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엉뚱한 괴담만 난무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가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진료에 대해 의료계는 “환자를 직접 보고 진료하지 않음으로 해서 국민의 건강권이 훼손되고, 대형병원 이용이 쉬워져 동네의원들이 고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정부는 “의료의 접근성을 높여 공공성과 함께 국민 누구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진료보다는 부대사업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기형적인 형태가 될 것이다”라며 “영리병원의 전 단계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와 초대형 병원을 개설하여 동네의원은 도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병원이 환자 편의를 위한 자회사를 운영하면 의료의 공공성은 살리면서 경영난을 타개할 수 있고, 의료산업도 발전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해석이 이토록 다른 까닭은 뭘까. 아마도 의료계는 의약분업 등 많은 정부 정책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봐 왔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도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잘 듣고 정책 입안 과정에서 함께 논의해 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이번에 혼란이 커진 이유는 개정안에 ‘의료민영화’라는 용어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즉시 온라인상에서 찬반논쟁에 불이 붙었다. 발표된 내용과 관계없이 “의료민영화가 되면 미국처럼 돈 없는 사람은 병원에도 못 가고 죽는다”라거나 “이미 의료민영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식의 허위사실이 퍼지기 시작했다. 반대 서명운동이 확산되기까지 했다.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의료계는 동조하는 단체가 늘어 큰 힘을 얻은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 단체로서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모두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사실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향상시켜, 국민 누구나 건강한 삶을 누리고 산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다.

장석일 국민건강실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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