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안인해]대범한 통일외교로 남북 경색 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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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 경쟁 격화되는 동북아… 남북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
日과 대북공조외교 발 맞추고 中의 ‘통일한국’ 우려 해소
美와는 굳건한 동맹 확약 필요… 친북굴레서 자유로운 朴정부
좀 더 배려-양보하는 자세로 北과 대화-협상 나서야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새해 되세요.’ 갑오년 첫 인사다. 힘차게 내딛는 말(馬)이 치닫듯이 올해 만사 거리낌 없이 말(言)하는 대로 뭐든지 척척 이뤄지라는 염원일 것이다.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 하듯이 말로 상대를 설득시켜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통일외교를 추구해야 하는 말은 각별한 의미로 와 닿는다.

박근혜 정부 2년 차를 맞이하는 2014년의 대내외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 제2인자이던 장성택 부위원장을 처형해 버린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의 행동은 예측불가(豫測不可)다. 장성택 라인의 측근들이 줄소환되고 언제 숙청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대(對)중국 의존도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시도 한눈팔 수 없다.

새해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외교안보정책이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우는 현 정부의 원칙이 통했다고 보는 국민이 많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는 과정에서 남측은 북한의 책임이라는 견해였고, 북측은 남북한 공동책임이라는 입장이었는데 북한의 주장이 명문화했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련 회의가 진행되지 못하여 남북한 관계는 지난 정부보다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으로 인한 미중관계의 부침 속에서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균형 잡기가 만만치 않다.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고려한 폭넓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통일 과정과 이후에 주한미군의 역할을 포함하는 민감한 문제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통일된 한반도가 결코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을 전략적 협력 동반자임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 들어 혹시라도 한국이 중국에 편향될 것을 우려할 수도 있는 미국과의 굳건한 관계 지속도 확약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간의 협력은 역내(域內) 평화와 안정적 발전에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중-일 간에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일전도 불사한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한일간에는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사실을 둘러싸고 감정적 대립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확대 선포는 한미일 간에 공조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에 한국도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 한국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경제력에 걸맞은 군사력을 가진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는 이미 1980년대에 총리가 되면 평화헌법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는 그의 부인의 증언이 있듯이 확신에 차 있다. 또한 북-일관계 개선을 통해서 주변국으로부터 고립돼가는 상황을 타개하려고 할 수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처럼 북-일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본을 상대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외교의 틀 속에 대북한 공조에 발맞추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일 신년사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면서 남측이 남북한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종파’ 일당의 처단을 정당화하고 북한의 내부안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남측도 대화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고 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는다면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할 수 없다. 서로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대화가 지속되고 협상이 무르익을 수 있다.

동북아에서 해양 안보를 내세우는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면밀히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확고한 안보태세는 새삼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투명성과 상호주의의 보장이 긴요하다. 이를 통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 할 것이다.

통일외교를 향한 여정은 시작되었다. 평화적 공존에서 통일을 향한 열정이 커져갈수록 내부갈등은 증폭되고 사회 분열상이 초래될 수 있다. 보수정권이 오히려 친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으므로 대범한 대북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이념과 세대를 초월하는 통합과 화합의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발 없는 말(言)이 삼천리를 뛰어넘나드는 말(馬)의 해이기를 소망한다.

안인해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ahnyinha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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