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병선]수능세계지리 오류 평가원은 인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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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2014년 수능 세계지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내용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의 총생산액을 비교하는 문제로 평가원은 답을 EU로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세계은행의 지난해 통계를 인용해 EU의 총생산액이 16조5700억 달러, NAFTA는 18조6800억 달러로 답이 틀렸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평가원은 “세계지리 교과서와 EBS 교재에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이 크다는 내용이 있으며 2007∼2011년 통계도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또 교과서가 정답의 기준이라며, 수능 출제 오류에 대해 “정·오답을 판단하는 근거는 학문적 논의를 거쳐 교육 과정의 범주에 안착된 교과서 내용만이 유일한 근거”라고 밝혔다.

평가원의 이런 해명과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교과서를 지나치게 전범화(典範化)한다는 점에서다. 교과서가 판단의 기본적인 준거가 된다는 점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교과서의 내용이 제대로 기술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현실적으로 교과서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현재 논란 중인 국사 교과서의 경우도 그런 경우다. 저자에 따라, 지향하는 이념에 따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술이 달라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조차 잘못된 경우도 있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한 교과서는 1990년 당시 20개소인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21개소로 서술해 놓았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교사들은 교과서에 있는 내용 그대로 국립공원을 21개소로 가르쳤다.

이번 논란에서 보듯, 세계지리와 같이 내용과 통계 등이 수시로 변하는 교과의 경우 학습자에게 최신 통계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교과서에 기술된 내용들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수시로 통계를 보완해 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만일 이런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틀린 교과서에 따라 답한 학생은 정답 처리가 되는 반면, 변화된 현실까지 파악하고 있는 학생이 오답 처리된다면 이는 분명히 문제다.

이번 수능에서 세계지리를 선택한 학생은 2만6000명 정도다. 이들은 고교 3년 동안 정해진 교육 과정에 따라 공부한 학생들이다. 사회 과목군 중에서도 지리 과목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관련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세계지리를 선택했을 것이다. 평가원이 이 문제의 정답률이 높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그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이런 문제는 다수결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평가는 공정성과 신뢰도가 생명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비켜 가려는 꼼수만 보일 뿐 공정성도, 신뢰할 만한 조치도 보이지 않는다. 오류가 있다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치해야 한다.

한병선 문학박사·교육평론가
#수능#세계지리#평가원#EU#NA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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