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이민세]‘동양 사태’ 피해가 투자자 책임이라고? 민심이 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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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사태’로 수천만, 수억 원을 날릴 처지에 놓인 투자자들이 5만 명인데도 이들의 피해를 보전할 대책은 한 달이 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피해를 끼친 회사는 ‘법대로’를 앞세우고 있으나, 투자자들로서는 딱히 호소할 곳조차도 마땅치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이 같은 피해의 책임이 전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귀속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투자자들은 통상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을 만들면서 증권회사와 거래를 시작한다. 제1 금융보다 이자가 조금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이자가 좀 더 높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상품에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취하는 절차는 직원이 형광펜으로 줄을 쳐준 곳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기재하고, 투자설명서는 ‘수령 거부’로 적으라고 해서 그렇게 응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거 안전하냐?’고 물으면 직원은 당연히 “과연 동양이 망하겠느냐”고 응수를 했을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투자자들의 상품 지식 부족을 탓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탐했으니 그 책임도 떠맡으라고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투자자들은 동양이 그룹사라는 것을 믿었고, (회사채의 경우) 상품 판매를 승인해준 금감원을 믿었고, 경영 위험을 평가해준 신용평가사를 믿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 같은 믿음은 이제 분노를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게 됐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자본이 잠식돼 껍데기만 남은 회사가 CP를 발행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는가 하면, 2010년 말에 자본 잠식이 된 이후로도 부채 비율이 1500%에 달했던 ㈜동양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승인해 준 곳이 바로 금감원이며, 계열사에서 CP를 팔지 못하게 한 것을 6개월간 유예시켜 줘서 결과적으로 문제가 더 커지게 한 곳도 바로 금감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동양에 대해 BB+ 등급을 지속적으로 부여하여 유통이 되게 한 신용평가사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그 책임은 모두 투자자들에게 덮어씌우려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하겠다는 것은 오직 투자자 개인별 녹취록을 통해서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적발하겠다는 것뿐이다. 전화통화 녹음 내용을 근거로 상품 설명과 투자 위험 설명 등이 제대로 됐는지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의 극치다. 유선이든 방문이든 투자자들에게 그 어떤 바보 같은 직원이 ‘우리 상품은 위험하다’고 말을 할 수가 있었겠는가.

동양 사태가 이미 수년 전부터 예상됐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정작 투자자들뿐이었는데도, 범죄로 치자면 공범이랄 수도 있는 금감원과 동양증권이 지금까지도 투자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데는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금융감독 당국의 ‘업무상 중대한 과실’은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상태다. 정부가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을 서줘야 옳지 않겠는가.

이민세 금융소비자연맹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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