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대통령, 아버지 내세운 과잉충성 경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9일 03시 00분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34주기 추도사에서 “서민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습니다”라고 한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헌정질서를 유린한 독재체제가 더 좋았다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경북 구미의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추도식에서는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을 ‘아버지 대통령 각하’로 불러 야당으로부터 ‘극존칭 찬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손 이사장은 “최근에 국가반란 음모를 꾸민 종북좌파 세력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을 척결하려는 공권력의 집행을 두고 ‘유신 회귀’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망발이 나옵니다”라고 전제한 뒤 문제의 발언을 했다. 앞뒤 말을 함께 놓고 보면 유신 찬양보다는 종북 세력의 발호를 개탄하는 데 더 무게가 있다. 그렇더라도 손 이사장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구태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는 식으로 말해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나.

더구나 손 이사장은 “아직도 5·16과 유신을 폄훼하는 소리에 각하의 심기가 조금은 불편하실 걸로 생각합니다. 태산 같은 각하의 뜻을 소인배들이 어찌 알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아무리 추도사라 해도 과공(過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9월 대선 국면에서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킨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아버지와 관련된 과거사에 대해 강도 높게 반성과 사과를 했다. 손 이사장의 발언은 박 대통령의 인식과도 차이가 크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공인은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공개된 장소에서 절제 없이 토로함으로써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이 있듯이 찬사도 지나치면 역효과를 부른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원하는 일도 아닐 것이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정수’라는 이름을 칭한 단체가 파독(派獨) 광부와 간호사들을 상대로 고국 초청 사기극을 벌여 물의를 빚었다. 대통령 주변에서 사적인 이익이나 개인적인 출세를 노리고 이른바 ‘박정희 마케팅’을 하는 단체나 사람들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 측근과 친인척 중에도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를 내세우는 과잉충성이나 ‘박정희 마케팅’을 경계해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박정희#유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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