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철희]정년연장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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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 5월 정년 60세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령자 고용 촉진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특히 빈곤한 고령인구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고 주된 일자리로부터 퇴직하는 연령이 평균 만 53세에 불과할 정도로 고령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심각한 노동시장 여건에서 정년연장은 조기퇴직을 막고 고령빈곤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정년연장을 통해 고령자들이 실제로 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정년연장의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 어려운 근로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3명 가운데 2명은 정년제가 없는 사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정년이 있는 직장도 상당수 근로자들이 정년 전에 퇴직하고 있다. 특히 고령빈곤의 위협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중소기업 피고용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건강의 악화, 직장의 파산 및 폐업, 정리해고 등 정년퇴직이 아닌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실정이다.

정년연장 혜택이 비교적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업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년이 있어도 이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퇴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이 많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조기퇴직을 강제할까?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는 기업의 임금체계와 직무구조가 경직적이어서 근로자의 생산성이 변해도 이에 맞게 임금과 직무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들은 한 인사컨설턴트의 이야기에 따르면 기업들이 정년연장에 대비하여 20년 정도 근무한 중견사원으로 하여금 조기퇴직을 선택하도록 유인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정년연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각 기업의 여건과 개별 근로자의 생산성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사무직 정년연장의 또 다른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직무구조의 개편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정년연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상황에서 임금체계나 직무구조 개편에 대해 노사 간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다.

인구고령화의 추세에 발맞추어 일을 계속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은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이다. 특히 근로능력이나 생산성과는 관계없이 장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용을 주저하는 기업문화는 시대의 흐름에 비추어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년 연장#고령자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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