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소한의 단가 보장으로 원전부품 산업 육성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2일 03시 00분


검찰이 원자력발전소 부품과 관련해 품질보증 서류 위조 또는 납품계약 비리 등의 혐의로 발주처, 납품업체, 검증기관 관계자 100명을 기소함으로써 원전 비리 조사가 일단락됐다. 가동 중인 원전 23기에 품질서류가 위조된 부품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서류 위조와 납품 비리 관행은 뿌리가 깊었다. 그나마 품질서류가 위조된 부품으로 인한 큰 고장이나 사고가 없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원전 비리 사건으로 전력 피크 시기인 여름철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돼 국민들은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납품 비리는 원전 안전과 직결한 사안인 만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품질서류가 위조된 부품 대부분이 단순 소모품이었다고는 하나 제어케이블은 유사시 방사능 유출을 일으키는 주요 부품인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체가 불가피했다.

부품 구매 시 최저 낙찰제를 적용하다 보니 수익성이 없는 영세 업체들이 비용을 절감하려고 서류를 위조하는 부정을 저질렀다. 정부는 시험기관이 시험성적서를 위조하지 못하도록 제3의 검증기관을 통해 시험성적서 진위를 확인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원전 비리의 근본원인은 외환위기 후속조치로 이뤄진 품질규제 제도의 폐지와 전력사 간의 성과경쟁 시스템, 즉 안전보다 경제성을 우선시한 원전산업 정책이다. 아웃소싱, 공기 단축, 국산화를 통한 비용절감 과정에서 품질 관리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원전부품 검증기준이 강화되면서 부품 제작비가 치솟아 올해만 벌써 10여 개의 원전 관련 중소기업이 도산하거나 원전사업을 접은 상황에서 업체만 압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원전 1기는 원자로 외에 100만 개가 넘는 부품의 원활한 조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원전부품 공급 사슬을 유지하고 품질과 채산성을 관리하는 시스템 도입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에 중요한 부품의 경우 기업에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국내 원전부품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소#부품#원전 비리 조사#원전 23기#품질보증 서류 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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