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대봉]시대에 맞는 ‘서(庶)·부(富)·교(敎)’의 구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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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세계은행 컨설턴트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세계은행 컨설턴트
논어 자로편에는 국정최고책임자의 책무가 ‘서(庶)·부(富)·교(敎)’라고 나온다. 서(庶)란 인구를 많이 늘리는 일, 부(富)란 일자리를 만들어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일, 교(敎)란 교육을 말한다.

현대의 지도자들에게도 ‘서·부·교’는 현존하는 책무이고, 이는 직업능력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업능력을 개발해야 일자리가 있고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부유해지며, 좋은 교육을 잘 받아야 직업능력을 키우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직업능력은 전문역량과 개인역량의 합이다. 전문역량은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다. 개인역량은 남과 더불어 일하는 데 필요한 사회력과 스스로 학습하며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이다. 역량개발과 함께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은 인간관 가정관 사회관 직업관 국가관 세계관 등 6관이다.

인구를 늘리는 ‘서’는 인간관 가정관 사회관과 직결된다. 학교는 물론이고 가정과 기업에서 교육을 통해 인간관 가정관 사회관이 형성되어야 한다. 가정은 원초적인 사회조직이고 기업은 국가의 근간조직이다. ‘부’를 쌓으려면 필요한 것이 직업관 국가관 세계관이다. 직업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필요하다. 직업기술을 익힘과 동시에 직업의 가치와 직업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뚜렷한 직업관을 형성하고 일자리에 임해야 한다. 중학생들에게 직업세계를 집중적으로 탐색하도록 하는 자유학기제가 고등학교 진학 전에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바른 직업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가안보가 흔들리면 국민의 생명과 기업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바른 국가관 확립이 긴요하다. 또 우리는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기 때문에 세계관 역시 중요하다.

교육도 철학이 있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9년에 국내 초중등학교 도덕, 사회, 기술·가정 교과서 총102권을 분석한 결과, 교과서에 수록된 직업이 20가지가 넘지 않음을 발견했지만, 아직도 직업에 대한 가치관을 기를 만한 수준의 교과서 개선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매년 9월을 직업능력의 달로 정하여 국민들과 함께 직업능력의 의미를 되새기며 장려하고 있다. 하늘이 높고 자연이 결실을 맺는 계절을 온 국민이 자신의 능력을 풍성하게 채우며 시작하기를 기대해 본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세계은행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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