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민계식의 경제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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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71)은 한국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이다. 최고경영자(CEO) 시절 경쟁력 제고와 노사 화합으로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 조선업체로 자리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노조가 15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로 회사에 힘을 실어주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던 그는 “조선업계의 위기가 끝날 때까지 봉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솔선수범의 리더십과 업무능력 덕분에 대주주 집안과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대표이사 회장까지 지냈다.

▷‘조선산업의 산증인’인 그가 27일 한 강연에서 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정책 방향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경제민주화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국가의 성장잠재력이 약해진 상황인 만큼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수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없는 복지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창조경제의 핵심은 기업가 정신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중국의 부상(浮上)이 향후 한국 경제의 실질적인 문제라고 역설한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중국은 정부의 과감한 지원으로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산업군의 경쟁력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우월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을지,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말에는 많은 참석자가 공감했다.

▷일본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선의(善意)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인간사회의 진실”이라고 갈파했다. 경제정책은 내거는 명분이나 이상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분야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을 했던 마오쩌둥 치하의 중국은 역사상 전례가 드문 비극을 맞았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 번진 평등 욕구의 배경은 이해하지만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까지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경제계 원로인 민 전 회장의 쓴소리는 그런 면에서 울림이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민계식#현대중공업#한국 경제#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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