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쿠웨이트 알사바 왕실 컬렉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10월 2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이슬람의 보물’전은 알사바 공주 부부의 집념과 오일머니가 합쳐져 탄생한 예술 컬렉션이다. 쿠웨이트 왕위는 건국의 아버지로 평가받은 무바라크 대제의 두 아들인 자베르와 살림 가문이 교대로 세습한다. 후사 사바 알살렘 알사바 공주는 선대(先代) 국왕의 딸이자 현 국왕인 알사바의 며느리로 남편과 함께 1970년대부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이슬람 예술품을 오일머니로 사들이고 있다.

▷전시회에는 이슬람 초기 양피지에 쓴 꾸란 필사본을 비롯해 페르시아 정원을 연상시키는 카펫, 무굴제국의 화려한 장신구, 신비로운 아라베스크 문양이 새겨진 자기 등 370여 점이 선보였다. 이슬람 제국은 7세기 아라비아반도 우마이야 왕조부터 20세기 동아시아의 오스만튀르크 제국까지 20여 개 왕조가 1000년 이상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스페인에서 동남아까지 종교의 영토가 넓어 문화적 다양성이 크다.

▷이슬람 예술은 수세기에 걸쳐 로마 비잔틴 인도 중국 지중해 등 여러 문화의 영향을 받아 한마디로 특징을 규정하기 어렵지만 서체(書體)와 기하학 무늬, 아라베스크 등 3대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이 사람이나 동물 형상(形象) 표현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예술이 이런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로쓰기를 하는 아랍어의 독특한 서체는 예술로 승화했고 뛰어난 수학과 기하학 지식은 건축물 공예품 직물에 독특한 기하학 무늬를 낳았다. 꽃과 잎사귀, 식물 덩굴이 무한 반복되는 아라베스크는 평화롭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오늘날 이슬람은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며 이슬람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가 57개국에 이르지만 우리는 대체로 이슬람을 잘 알지 못한다. 기껏해야 여자들이 차도르를 쓰고 테러나 유혈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로만 이해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9·11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세계인의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노력으로 이슬람 예술품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쿠웨이트는 이번 전시회 전시유물을 군용기로 수송하고 보험료도 모두 부담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횡설수설#이슬람의 보물 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