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지원]중소기업들도 지나치다고 보는 경제민주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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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참뜻은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 유지
표에 목맨 일부 정치인들 반기업정서 선동하는데 써
기업 때리는 경제민주화는 ‘경제 죽이는 흉기’ 명심해야

김지원 변호사 자유경제원 법무실장
김지원 변호사 자유경제원 법무실장
경제민주화를 두고 시대정신이라 한다. 헌법 119조 2항 ‘경제의 민주화’란 말은 참으로 모호하다. 그 말을 쏙 빼도 전혀 의미가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그 말을 굳이 넣었을까? 민주화란 말은 참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런데 경제를 어떻게 민주화한다는 것인가? 헌법 교과서엔 사회적 시장경제주의라 하여 시장자유를 보완하는 조항이라고 적어 놓았다. 그런데 그 문제라면 굳이 ‘경제의 민주화’란 말이 없어도 충분할 터였다.

그렇다면 경제도 주권재민주의에 의거해 1인 1표 식으로 결정한다는 것인가? 그랬다. 이 경제민주화란 말을 헌법에 넣었다는 분은 태연히 ‘노조가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란 말을 했다. 그리고 이 말은 사회주의자들의 민주화 4단계(정치민주화, 경제민주화, 사회민주화, 국제민주화)에 나오는 말이었다. 어떤 경위에 의해선지 사회주의자들의 강령이 우리 헌법에 들어간 것이다. 1987년 개헌 당시 이 조항을 이해한 국민은 얼마였을까? 과연 이 조항 자체가 민주화된 국민에 의해 탄생한 것인가?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대한 해석이 많이 바뀌었다. 이젠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주를 이룬다. 노조가 기업경영에 나서겠다는 말이 잠복한 건 아마 전략일 것이다. 아직 야당 정강정책엔 이 말이 번연히 살아 있다. 그런데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보면 충격적인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99%가 권력을 가진 1%를 공격하기는 쉽다. 99%가 뭉쳐 공격의 정당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1%의 힘이 부당하게 사용되었다면 그에 대한 분노는 정당하다. 그러나 그런 분노보다도 자신보다 우월한 자를 때리는 데 쾌감을 느끼는 것이라면 그건 폭력일 뿐이다.

혹 지금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그런 정당성을 잃은 폭력은 아닐까? 정작 경제민주화 입법이 위한다는 중소기업들이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지나치다고 보는 게 그 대답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조사한 ‘국회 기업정책 현안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입법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에 대해 ‘과도하다’거나 ‘재고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71.9%)이었다. 대기업의 부정적 응답은 더 많았다. 특기할 점은 중소기업의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대기업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의식이다. 민주주의의 맹점은 예나 지금이나 중우정치(衆愚政治)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진 자에 대한 반감은 크다. 그러니 표에 목을 맨 정치인들이 그 반감을 두고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반기업정서를 선동하는 논리로 쓰여서는 안 된다. 공정한 시장경쟁 질서를 확립한다는 본래의 의미로 해석해야 하고, 그 질서는 자유경쟁의 기반 위에서라야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유념하여야 한다. 기업 때리기에만 몰두하는 경제민주화는 경제 자체를 죽이는 흉기일 뿐이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대기업이 부담하는 막대한 세금은 사회간접자본을 형성하여 결국 국민 전체가 누리는 복지가 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흐름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은 분명 수정되어야 한다. 공정거래 질서는 힘없는 중소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한 필수조건이지만 경제민주화란 칼날이 경제를 죽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최근의 논의는 기업이 성장하면 처벌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공정한 경쟁을 토대로 얻은 기업의 수익은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그 수익이 위법행위로 얻은 것일 때 강력하게 벌하고, 집중된 경제력으로 공정한 경쟁 질서를 교란할 때 이를 규율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논의되는 법안들 중 과잉규제는 한둘이 아니다. 대기업의 정상적인 비용 절감 노력까지 일률적으로 단가 후려치기로 매도당하고 있다. 실제 부당한 단가 후려치기에 대해서 이를 규제하자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 배니 열 배니 하는 징벌배상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금융사 대주주의 부적격 요건을 6개월 내에 시정하지 않을 경우 대주주 자격을 강제 박탈한다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역시 경제민주화를 빙자한 경제 죽이기 법안 중 하나다.

순환출자의 경우 이를 규제한다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순환출자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경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인수합병(M&A) 기회를 상실할 수 있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 계열사 간 거래를 천편일률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로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공정거래법은 물량 몰아주기라는 명칭으로 부당지원행위를 규제하고 있고 형법과 세법 등에서도 다양하게 규율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 받고, 제품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을 하려면 부품회사의 수직계열화는 필수적이다. 그걸 일감 몰아주기로 내친다면 우리 기업들은 세계와 경쟁하지 못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은 “사회주의는 부자를 끌어내리고 자본주의는 가난한 자를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가 공정한 경쟁 질서를 유지하는 근거로 해석된다면 누가 우려를 표하겠는가? 다 좋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사회주의적 정책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김지원 변호사 자유경제원 법무실장
#경제민주화#중소기업#시장경쟁#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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