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중의 비핵화 요구, 남북회담에도 이어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남북이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2년 4개월 만의 당국 간 실무 접촉에서 12일 서울 남북장관급회담 개최에 잠정 합의했다. 의제와 대표단 규모, 체류 일정 등의 협의를 끝내고 막판 세부사항 조율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다. 이명박정부 5년 내내 사실상 단절됐던 남북관계의 복원을 기대한다.

개성공단 정상화 여부는 북한이 이번 회담에 진정성을 갖고 나왔는지를 보여줄 척도다. 북한 근로자가 복귀하고 남측 기업인들이 올라가서 다시 공장 문을 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 군사적 긴장에 영향받지 않고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김정은 정권의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기업의 입주를 포함한 개성공단의 국제화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게 옳다. 금강산관광 재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재가동 등은 남북 간에 신뢰가 쌓여야 진전시킬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한반도 불안정의 근본 원인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있다. 어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용인할 수 없다는 합의를 내놨다. 이날 밝힌 북핵 2대 원칙은 향후 주요 2개국(G2)의 대(對)한반도 정책의 기조가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은 남북대화에서 “비핵화 문제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히 촉구한 상황에서 핵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가선 안 된다. 한중일 3국 협력의 요체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 노력이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가다 서다를 반복한 근본적 이유도 북한의 핵무기, 장거리 미사일 개발 때문이었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북한에 연간 40만∼50만 t의 쌀과 비료를 지원하고도 정작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선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오늘 여는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비핵화 의제를 어떻게 다룰지 치밀하게 조율해야 한다. 수준이야 정부가 정하겠지만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를 피해 갈 수 없음을 북측에 분명히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남북장관급회담은 박근혜정부가 주도하는 남북대화의 첫 단추다.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안보의 풍향이 바뀔 수 있다.
#미국#중국#비핵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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