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석한]아이에게 질문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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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학박사
손석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학박사
부모는 자녀를 낳는다. 때로는 낳지 않았지만 입양이나 위탁으로 자녀를 키우기도 한다. 여하튼 키운다. 그래서일까?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지시를 내리고,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며 사랑과 훈육의 이름으로 가르친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이와 같이 고마운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혹은 거부하는 태도까지 보이는 것일까.

15년 동안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 생각으로는 부모와 자녀 간의 올바른 대화 부재가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자녀와 대화를 많이 나누자는 부모의 태도 변화, 마치 코치처럼 자녀의 감정을 관리하자는 움직임,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빠’를 일컫는 ‘프렌디’의 등장,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한 육아서적 읽기 등 여러 노력이 생기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아직도 자녀 학대 및 방임 문제가 계속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대화를 시도하는 부모에게는 조금 더 원활한 대화 방법을 익히게 해주고, 대화 없이 억압과 명령으로만 아이를 키우려는 부모에게는 자녀와의 대화 자체를 시도하게끔 해 줘야 한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질문 육아’다. 질문 육아란 말 그대로 ‘자녀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 후 그 대답을 바탕으로 아이를 파악하고 이해해 부모의 육아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에게 물어봐서 육아의 방향과 적합한 부모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이 얼른 들으면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한 번 더 생각하면 금세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질문 육아의 핵심은 아이의 마음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마음 상태를 물어본 후 아이의 대답을 듣는 수밖에 없다. 아이의 마음을 잘 알아야 잘 키울 수 있지 않겠는가.

혹시 아이가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는다 치더라도 아이의 표정, 몸짓, 말투, 태도 등 여러 비언어적 요인을 관찰함으로써 아이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즉, 아이가 “지금 저는 엄마가 하라는 책 읽기를 하기 싫어요”라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아도, 못 들은 척 딴짓을 하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표정을 통해서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부모는 구체적 대화 방법,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엇을 물어본 후 어떻게 대답할지에 대해 잘 모른다. 4세 미만일 때는 가장 중요한 발달 과정인 안정과 동시에 놀이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기다. 따라서 애착, 놀이, 만족, 호기심, 관계에 관한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 좋다. 4∼7세 아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또래관계를 맺기 시작하고 언어 능력이 확장하며 각종 생활습관이 형성되는 시기다. 이때는 자존감, 좌절, 친구, 콤플렉스, 행복에 관한 질문들을 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이후의 아이에게는 학습이 중요한 발달 과제로 자리 잡으면서 근면, 성실, 책임, 도덕심 등이 요구된다. 학교생활, 친구, 불안, 재능, 용기에 관한 질문들이 필요하다. 사춘기에 진입한 아이에게는 꿈과 미래, 공부, 이성 친구, 심리적 어려움, 몸에 관한 질문들을 하는 것이 좋다.

물어보지 않고 부모인 내가 아이의 마음을 다 안다고 자부하는 것은 오만이고 착각이다.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좋을까 많은 부모가 고민을 한다. 그때 제발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손석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학박사
#육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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