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현효]천연가스 직도입 확대, 경제민주화에 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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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학과교수
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학과교수
외환위기 이후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산업 전반의 민영화 정책이 추진됐다. 가스공사 민영화 정책은 공사 분할 후 매각 방식의 구조개편, 시장개방과 경쟁도입 등의 이름으로 다양하게 변하였으나 그때마다 요금인상, 수급불안,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모두 중단됐다. 이후 민영화 정책 대안으로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직도입 제도’가 도입됐다. 즉,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나 산업체는 순수하게 자기가 소비할 목적인 경우에 한하여 해외에서 직접 천연가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4월 천연가스 직도입 확대를 위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이해관계자들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첫째, 규제를 완화해 보다 많은 대기업이 직도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둘째, 직수입자 간에도 서로의 물량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순수 자가소비가 아닌 판매용 천연가스 도입도 가능하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은 그간의 민영화 정책보다도 더 많은 기대와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가스공사의 독점구조를 해체시키고 경쟁시장을 조성함으로써 향후 공사 민영화까지 내다 볼 수 있고, 에너지 대기업은 자가소비가 아닌 판매용 직도입까지 가능해짐으로써 보다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가스공사는 국내 수급계획상 신규로 천연가스 구매계약을 체결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국내 도시가스 전체를 공급하는 가스공사가 해외의 싼 가스를 구매할 수 없다면 그만큼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직수입 확대를 옹호하는 쪽은 산업체가 싼 천연가스를 해외에서 직접 도입해 사용하면 원가 부담이 줄어들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발전 연료로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발전사업자의 경우는 전력생산단가가 낮아져 전기요금 인하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천연가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높은 대외 신인도, 막대한 저장시설 건설 및 운영 투자비, 안정적인 대규모 소비능력 등이 있어야 한다. 결국 천연가스를 직도입할 수 있는 기업은 발전소나 대규모 산업체를 보유한 몇 개의 대기업으로 제한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직도입이 활성화되면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오히려 상대적인 피해마저 볼 수 있다. 저렴한 가스 도입으로 인한 요금인하효과 기대는 고사하고 오히려 요금인상마저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직도입이 확대될수록 가스공사의 수급부담이 소비자요금으로 전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엔화 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산업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대기업의 갑의 문화에 대한 비판이 확대되는 등 경제민주화의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가스산업 직도입 확대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 셰일가스 개발 및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도입 등 새로운 상황에 대한 엄밀한 연구와 효과 분석을 거쳐 보다 신중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학과교수
#민영화#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직도입 제도#도시가스사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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