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북한은 어떤 대화를 원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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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최룡해 북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일 베이징(北京)에 도착했을 때 많은 북한 전문가는 놀랐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지난해 1월 이후 중국과 북한 간 고위층 교류는 매우 제한돼 있었다. 특히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2094호를 이행하자 중-북 관계는 긴장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이때 갑자기 최룡해 같은 고위급이 베이징에 파견됐다. 북한 주체사상의 핵심 중 하나는 큰 나라 앞에서 ‘자주’를 견지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둘째, 최룡해의 지위 때문이다. 그는 북한의 현직 차수(次帥) 중 한 명으로 김정은에 이어 사실상 군부의 2인자다. 북한 군부 2인자가 특사로 파견된 건 2000년 10월 조명록 차수의 미국 방문이 유일하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단독으로 방문단을 이끌고 베이징에 온 것도 2003년 4월 조명록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최룡해를 외국 지도자가 묵는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머물게 해 체면을 세워줬다.

이를 감안하면 최룡해의 방중은 중-북 관계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분명한 건 김정은이 최룡해를 통해 중-북 관계 개선뿐 아니라 최근의 ‘못된 행동’에 대한 변명을 시도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특히 중국의 ‘아량’에 기대어 극심한 식량난을 넘겨보려 하고 있다.

최룡해에 따르면 그는 북-중 관계를 개선하고 공고하게 하며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에 왔다. 북한은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하며 평화로운 외부환경을 조성할 것이며, 중국의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 각국과 6자회담 등 대화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베이징이 듣고 싶었던 메시지다. 하지만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전개하겠다는 말이 없다. 현재로선 김정은은 베이징에 어떤 실질적인 대답도 주지 않은 것이다.

최룡해가 언급한 대화에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는 대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화가 반드시 핵 포기를 위한 대화를 의미했다고 할 수는 없다.

최룡해는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 평화로운 외부환경 조성에 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핵 보유를 전제로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에 서명한 뒤에 이렇게 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김정은은 중국이 미국 한국과 함께 대북 제재에 나서기로 한 것을 감지하고 어쩔 수 없이 베이징을 향해 미소 짓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룡해의 방중 기간에 북한은 핵 포기에 대한 어떤 의사를 표명한 흔적이 없다. 북한이 핵 포기를 위해 양자 혹은 다자간 교섭을 원한다는 기미도 없었다. 중국 외교의 골칫거리인 북한은 근본적 변화를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만약 북한이 대화와 접촉으로 실질적인 이득을 본 뒤 갑자기 긴장과 위기 조성이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를 꺼내 다시 세계를 위협하면 중국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정답은 아마도 다음 달 열릴 중-미 정상회담과 박근혜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6자회담이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동북아 각국은 북한 문제에서 자주 기만당했고 좌절했으며 도발에 노출됐다. 이는 중국과 미국, 한국이 대북정책에서 접착제처럼 달라붙게 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최룡해가 내놓은 메시지를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메시지는 김정은이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미국 등 기타 국가에 주는 것으로서 분명한 건 북한이 결국 다시 대화를 생각해 냈다는 것이다. 북한은 22일 한국에 6·15선언 기념식을 공동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제 문제는 세계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는가이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최룡해 북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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